나를 가장 거칠게 잘라 줘. 그 단면을 내게 보여 줘. 두 손 가득 웅켜 쥔 채로 소리질러 줘. 옥상에서. 바로 그 옥상에서. 피우지도 않는 것을 손가락에 잠시 걸친 채 괜히 여러 번 크게 숨을 퍽 내쉬던 네 모습이 거기 담겨 있을까. 옥상의 세계는 언제나 평화롭다던 말을 믿었는데, 오늘은 망설임 없이 추락하는 날이야. 무릎을 베고 곤히 자던 꼬마는 어디로 갔을까. 잘 익은 수박 향기가 나던 복실한 머릿결을 쓰다듬던 손과 촉촉하게 젖은 땀자국은 아직 그대로인데. 꽉찬 바람이 서서히 빠지는 듯한 너의 웃음 소리가 남았으니, 언제든 옥상에서 다시 만나자.
달의 거친 면이 선명하게 보여. 무슨 색이라고 말해야 할까. 달의 제철은 지금일까. 나는 낮에 보는 달이 좋아. 다시 한 번 말해 줘. 두 손 모아 내 귀에 소리쳐 줘. 들을 수 없는 나에게 온 힘을 다해 설명해 줘. 이러다간 아무것도 될 수 없겠다며 뛰어 나간 네 모습이 아직 맺혀 있다. 아침엔 일어나 꿈의 세상을 적었는데, 이젠 아침에도 꿈이 생각나지 않아. 사춘기에 미처 다 털지 못한 반항이 이제야 솟아나는 걸까. 순간을 적는 일에 자꾸 불행을 끼워 넣어. 단순한 진심에 담긴 말을 어지럽게 곡해하는 일. 이리저리 손 안에서 가지고 놀다 전하는 대답. 아직 할 말이 남았으니, 언제든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함께 건널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그 너머를 상상하던 날이 자꾸 떠올라. 옥상의 세계에서 다시 만나자.
*동기와 옥상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파편적으로 각색해 적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