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MENT

6월의 파편

by 박규규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 온 마음을 쏟는 꿈을 꿔.
내가 바라는 나는 지금의 나인데, 지금의 나를 부인하는 저들의 뭉툭한 목소리에 푹푹 파이는 마음의 모양을 보는 꿈.
어느새 못생긴 감자가 되어 있는 마음을 붙잡고 차마 소리를 내진 못하고 막힌 눈물로 엉엉 우는 꿈. 움푹 팬 구멍을 조심스레 펴 보고자 노력하다 결국은 다시 망치는 그런 꿈.
구겨지고 헐벗겨진 감자를 보는 기분을 너는 알까.
쪼그라든 감자를 품에 안고 기도하는 기분을 너에게 선물하고 싶어.
작은 망고색 고양이의 울음을 갖고 싶어.
나는 빳빳한 울음을 입고 백합향 향수를 뿌린 채 죽음을 기만하는 소망이 있거든.
기강을 잡자고 소리치던 옥상에 자라던 작은 레몬나무 새싹은 부디 내 소망을 몰라야 해.
벗겨진 비둘기를 닮은 붉은 레몬이 열릴까 두려워.
그러니 오늘은 읽을 거야.
읽지 못한 페이지를 다 열어 젖힐 거야.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고.
그러니 내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 줄래.
그래야 너희를 향한 비난까지 사라질 테니까.
사실 안에서 가짜를 만들어 내는 일.
그건 내겐 단어와 단어 사이를 띄우는 일만큼 일상적일.
그렇지만 잠자는 말을 깨우는 일은 아직까진 무서워. 그가 깨면 벼린 파열음으로 내 품을 난도질할 테니까. 그럼 내게 새어나온 나쁜 피가 너를 향할 테니까.
그걸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내게는 왼쪽 어깨에 통증을 더하는 일이니까.
통계와 평균과 보편을 사랑하는 너에게.
기괴와 망측과 변칙을 담아 내 감자를 선물해.
나와 같은 꿈을 꾸길 소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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