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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단단 Nov 23. 2020

눈이 반짝이는 사람

 대학교 때 '인도 사회와 문화'라는 교양을 들은 적이 있다. 카스트제도가 있는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는 보통의 국가와 달리 개인의 삶과 가치관에 종교가 큰 영향을 끼친다. 인도인들은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한다. 성스러운 강에서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다. 죽기 전 한 번이라도 갠지스강에 가는 게 그들의 일생의 염원이다. 하지만 일부 외부인에게는 더러운 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몸을 씻는, 한마디로 미개한 행동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진지하다. 거기 한 사람, 한 사람은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그곳에 있는 것이다. 인도인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매우 '진심'이다. 인도는 생활수준이 낮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많은데

교수님은 오히려 인도의 길거리에서 눈이 반짝이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했다.


눈이 반짝인다라...


강의실 창문에 비친 내 눈을 보았다... 작다. 표정은 심드렁하고, 눈빛은 무심하다.

교수님 말씀을 들으며 내 머릿속에서 인도인 특유의 큰 눈이 그려졌다.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볼품없는 행색이지만 큰 눈... 그리고 반짝이는 눈동자...

교수님마저 인상적이었을 정도로 그들의 가난과 팍팍한 삶조차 반짝이는 눈을, 그 생기를 없애진 못했나 보다.


 그리고 이내 아침 등굣길이 생각났다. 말끔히 차려입은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끌려가는 듯한 얼굴들로 지하철을 타고 다 같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누구는 멍한 표정으로, 누구는 여전히 깨지 않은 잠에 취해서, 누구는 핸드폰 화면을 연신 쓸어 올리며, 누구는 지하철 의자 옆 기둥에 기대어서...


나도 그 무리 중 한 사람이진 않았을지.

반짝이는 눈은 고사하고, 초점 잃은 동태눈은 아니었을지.


인사이트메이트


 결국 반짝이는 눈만 머리에 남아 정작 '인도 사회와 문화'는 B학점 정도로 마무리한 후,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슬프게도 눈이 반짝이는 사람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 학교를 나와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반짝이는 눈으로 하루를 사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물론 나도 회사에서 그렇게 살지 않으려 눈에 힘이라도 빡 주어 보지만 가끔 빨갛게 충혈될 뿐 효과는 없다.


 그런데 가끔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자신의 삶은 이런 것 같다며, 자신은 무엇을 하고 싶다며 이야기를 하는데 눈에 살짝의 흥분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나에게 공감이 되고 나의 무언가를 깨워 흔든다면 나도 덩달아 눈이 반짝이게 된다. 이내 그 자리는 결이 같은, 그러나 서로의 다른 이야기로 음악 합주를 하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된다.


 얼마 전에도 우연한 기회로 그런 분을 만났다. 그분은 이런 관계를 인사이트메이트라고 표현했다. 나이를 떠나 서로에게 새로운 영감과 깨달음을 주고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관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얼마나 신이 나고 동기부여가 되고 또 힘이 되는지 모른다. 그날도 새로운 도전을 받고,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새로운 설렘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매일매일의 하루를 반짝이는 눈으로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의 삶에 영감과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친구를 만나고, 그로 인해 인생을 사는 동안 서로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런 인사이트메이트가 있는 인생이라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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