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알못의 수공예 유튜브 제작일기- 수제 안경 제작자 김종필
'안녕하세요, 작가님!'
샵은 작았다. 겨우 찾았다. 간판은 없고 문 앞에 무릎 높이보다 작은 아담한 입간판만 있었다. 두근대는 첫 섭외이자, 첫 미팅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 두 분이 계셨다. 약속을 잡고 찾아갔지만 손님 응대로 바쁜 작가님은 처음 보는 내 얼굴을 보고 누구지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눈치를 보아하니 실내도 작아 들어가 있을 공간이 없었다.
'어... 작가님! 저는 영상 섭외 요청드린 OOO입니다. 손님 계시니 저희 잠깐 나가 있을게요!'
THE MAKERS의 첫 공식 활동이자 첫 만남이었는데 인사하자마자 그렇게 바람 부는 밖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살랑대는 나무를 보며 서있는데 기분이 좋았다.
약 10분 후 손님이 가고 다시 샵에 들어갔다. 한쪽 벽면을 채운 사진들이 눈에 띈다. 양희은 가수님, 김영하 작가님, 황재근 디자이너님 등 많은 예술가와 작가님들이 각자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쓰고 있다. 양희은 님은 김종필 작가님의 안경만 해도 30개나 넘게 가지고 계신다고 한다. 왜 많은 셀럽들은 그의 안경을 찾는 것일까.
정감 가는 동네 아저씨와 정감 가는 수제 안경
작가님을 언뜻 보면 슈퍼 마리오가 생각난다. 아니 가만히 오래 볼수록 더 슈퍼 마리오가 생각난다. 콧수염에 작업 앞치마를 두른 작가님은 체형도 아담한 푸우형이라 정감이 가는 스타일이다. 살짝 던지는 농담도 크게 재밌지는 않은 게 인간미 넘치신다.
그의 안경도 그렇다. 수려한 세련미와 매끈한 마감을 자랑하는 안경이 아니다. 겉은 울퉁불퉁하고 좌우 모양도 다르다. 그런데 그게 미숙해 보이는 게 아니라 따뜻해 보이고 정감이 간다.
"저는 반들반들하게 만들지 않고 일부러 거칠게 만들어요. 기계로는 오히려 이게 표현이 안 되는 거거든요"
사람은 불완전하다. 기계처럼 섬세하지 않고, AI처럼 오차 없이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아예 수제임을 드러내기로 한다. 깎이는 면이 그대로 드러나 톱으로 썬 결이 돋보이게 한다.
좌우 모양은 아예 다르게 한다. 그렇게 당차게 좌우 대칭이라는 안경의 전제를 부순다.
사실 사람의 얼굴도 대칭적이지 않다. 좌우 눈의 모양이 다르고 귀의 높이와 안면의 골격이 다르다.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안경은 대칭을 선택했다. 산업과 대량생산, 효율성이라는 모든 가치가 대칭성을 선택한다. 하지만 톱으로 직접 안경을 깎는 사람은 비대칭을 선택한다. 불완전과 비효율성을 선택한다. 그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을 이끌어낸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안경을 만들겠다는 뚝심
"많은 분들이 안경을 디자인보다는 기능적인 이유로 쓰시죠. 하지만 안경은 사람의 인상에서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패션 요소기도 해요.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기에 대량생산되는 안경은 한계가 있어요."
그렇다. 사람의 몸 중에 타인의 시선이 제일 집중되는 얼굴, 그 얼굴의 한복판을 차지한 액세서리가 안경이다. 그래서 그는 나만의 안경, 개성 있는 안경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안경 공모전에 나가게 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안경제작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누가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당연히 플라스틱 톱을 사용하는데, 작가님은 금속공예를 전공한대로 금속 톱으로 플라스틱을 잘라 다짜고짜 안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게 세밀한 작업으로 새로운 질감을 표현하는 독창성이 되었다. 제한적인 환경은 그렇게 창의적인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작가님 마케팅 책이 굉장히 많네요!'
안경점 뒤쪽으로는 책이 가득했다. 반은 안경 책이고 반은 마케팅 책이었다.
"마케팅도 이제는 관심을 많이 갖고 공부하려 노력해요"
유명한 한국의 1호 수제안경 제작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렇게 디자인샤우어로 일어선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안경 사업에서 실패도 많이 경험했다. 지금의 디자인샤우어를 만들기 전 8년은 그의 침체기였다. 안경을 업계에서 그 누구보다 잘 앎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실패하자, 주위에서 안경 업계의 실패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외적으로, 내적으로 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결국 다시 일어난 그의 뚝심을 알아봤다. 하나밖에 없는 개성 있는 안경을 만드는 그 가치를 알아보고 지금은 많은 언론과 셀럽들이 찾는다.
나는 안경을 직접 톱질하고 손수 만드는 세계를 시청자에게 소개하게 되어 뿌듯했다. 예알못인 내가 첫 영상을 제작하며 느낀 것은 손으로 만드는 일은 역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님의 안경을 그냥 안경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아쉬운 일이다. 안경을 그냥 시력교정의 기능만 생각하면 왜 안경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직접 보고, 귀를 기울여 보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앞으로도 우리가 모르던 흥미로운 제작의 세계를 계속 소개하고 싶다.
수공예 유튜브 채널 THE MAKERS - EP02 [인물편] 수제 안경 제작자 김종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