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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단단 Nov 29. 2020

러닝, 내 인생 그대로

러닝과 인생의 평행이론

 코로나로 헬스장을 못 가게 되면서부터 러닝을 시작했다. 원래 웨이트도 하고, 풋살도 하고 운동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러닝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오만하게도 심심하고 재미없는 운동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헬스장은 문을 닫고, 홈트라도 해보려고 했으나 천성이 의지가 약해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은 작심삼일조차 가지 못했다.

 무슨 종목이 되었든 한 주에 두세 번은 운동을 했는데, 운동이 딱 끊기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소화는 잘 되지 않고, 몸은 자꾸 무거워지고, 힘없이 축축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밖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인 러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숨이 턱 막히고 재미없었는데, 러닝앱을 깔고 친구들과 같이하니 목표의식도 생기고 재미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러닝 시작한 지도 반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나와 친구들의 러닝을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닝도 내 라이프스타일 그대로


 한강이나 주위 공원에 나가보면 달리기를 하는 많은 러너들이 있다. 나도 그런 경우지만, 코로나 이후로 러닝을 하는 사람이 부쩍 더 많아졌다. 그런데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히 똑같이 뛸 뿐이지만, 사실 다 똑같이 뛰는 게 아니다. 모두가 각자의 성향대로 다르게 뛴다. 이건 빨리 혹은 천천히 달리는 절대적인 페이스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힘들 때 얼마나 참고 더 나가는지,

아니면 천천히 힘듬을 달래주는 편인지,

안 힘든 정도로만 유지해서 뛰는지,

항상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참아가며 뛰는지,

정해진 목표는 반드시 지켜서 뛰는 편인지,

목표에 다다르지 못해도 충분히 운동이 되었다면 만족하는 편인지.


 이건 러닝앱에 나오는 기록으로 알 수 없다. 절대적인 수치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이건 그냥 러닝 스타일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마다 뛰는 능력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폐활량, 근지구력, 자세 등으로 결정되는 절대적인 러닝 능력에 각자의 러닝 스타일이 영향을 미쳐 기록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본인만 알 수 있다.


 산책을 0%라 하고, 군대에서 거의 온몸을 쥐어짜 행군했던 그 힘듬을 100%라고 한다면, 나는 한 70%로 뛴다. 항상 어느 정도의 고통이 느껴지는 선에서 뛴다. 중간에 심장이 쪼여오는 순간은 그래도 한 10분은 참고 그대로 뛰어본다. 그때쯤에도 안 가라앉으면 잠시 걷는다. 그리고 심장박동이 조금 누그러지는 순간 다시 같은 페이스로 달린다. 그런데 옆에 같이 뛰어주는 친구가 있다? 그럼 한 80%까지도 뛴다. 이게 내 러닝 스타일이다.


 나는 인생도 그렇게 산다. 난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목표를 정해둬야 동기부여가 되고 에너지가 생긴다. 연말까지는 무엇을 하겠다, 새해에는 어떤 일에 도전하겠다, 30대에는 어떤 삶을 살겠다. 이런 삶의 작은 이정표들이 나의 삶에 힘을 북돋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과정 중 어려운 점이나 난관에 봉착해도 내가 꽤 버티고 나아가도록 해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매사에 너무 애를 쓰고 자신을 못살게 굴며 살기도 한다.


 그리고 러닝을 통해 깨달은 건 나는 동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두에 말했듯 좀처럼 홈트를 못하는 의지박약 스타일이다. 러닝 할 때도 혼자 할 때보다 같이 할 때, 훨씬 즐겁고 기록도 훨씬 좋아진다. 나는 회사에서도 마음 맞는 동료와 같이 일할 수 있을 때와 없을 때 업무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는 스타일이다. 러닝을 통해 삶에서 나와 보조를 맞추어 함께 뛸 좋은 동료를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러닝을 즐기는 러너라면 한번 자신의 달리기를 돌이켜보자. 신기하게도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 러닝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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