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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단단 Jan 21. 2024

내가 일을 하는 솔직한 이유

이직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너의 욕망은 뭐야?

친한 친구가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나의 욕망을 물어본 적이 있다.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런데 친구는 그 대답의 이유는 무엇인지 또 묻고 물었다. 내 삶의 근원적인 동기에 대해 묻는 것 같았는데, 그때 당시에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러게...난 그게 뭘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에게 일이란?

좋은 업무 문화를 고민해 보기 위해, 회사 내 책모임에서 팀원들과 각자가 생각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일에 대해 이렇게 썼다.


단지 '돈 때문이지...'라고 하기엔
무려 하루의 1/3 이상을 써야 하는 것이기에
가끔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즐겁고 보람찰 궁리를 하게 만드는 것.


그다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만, 솔직히 이게 일에 대한 현실적인 나의 관점이다. 일이라는 것이 내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 싫지만 견디면서, 그 시간에 머물고 있기는 싫다. 물론, 각자의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나는 뭐.. 성향이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삶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일을 재밌게 할 궁리, 보람을 느낄 궁리를 자꾸 한다. 이것이 내가 일을 열심히 한다면 그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아니, 그래서!

너는 어떤 욕망을 이루면,

일에서 그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건데?


그간의 나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고, 그 사람들과 크든 작든 성취를 경험하는 데서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신뢰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취를 경험하기


즉, 다시 말하면 PM/PO으로 일하는 나는 '좋은 팀워크가 만들어가는 성과를 경험하는 것'이 일에 대한 근원적 욕망이다.

좋은 팀워크가 만들어가는 성과를 경험하기

내 욕망의 뼈대는 두 가지인데, 바로 관계와 성취다. 하나라도 무너지면 의미가 퇴색된다.


동료들과 관계는 좋은데 성과가 없을 수 있다. 이런 팀이라면 회사에서 살아남기 힘들고, 이런 회사라면 냉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자본주의 경쟁 환경에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구성원들도 일을 하는 동안, 자아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반대도 있다. 성과는 대단한데 팀워크가 엉망이거나, 본인이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다. 결승선에서 결과는 얻었지만, 결승선까지 가는 내내 과정이 불행한 케이스다. 대중과 제 3자들에게서 찬사를 받을지 모르지만, 정작 결승선에서 기뻐해야 할 구성원들이 팀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먼 훗날, 이 인생 경험을 같이 추억하고 진심으로 기뻐해 줄 사람이 없는 공허한 성공이다.


그래서 나는 일할 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지향점을 갖는다. 사람 없는 성취도, 성취 없는 '좋은 게 좋은 거지~'하는 관계도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축구팀을 떠올린다. 축구팀은 감독을 포함해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 전력분석관, 스카우터, 피지컬 코치 등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하는 가운데 팀을 성장시켜 나간다. 그러다 보면 그 팀워크가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고, 그 퍼포먼스가 성취를 만든다. 그 뿌듯함은 꼭 성취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리그의 상위 테이블에 올라간다거나, 혹은 4부에서 3부로 올라간다거나'하는 크고 작은 성취들을 경험해 나간다. 그렇게 성장해 가는 팀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재미가 있다.


이것이 솔직히 내가 일을 하는 욕망이며, 사회생활을 대하는 나의 가치관이다.

사회초년생 때에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몰랐고, 성과 지향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사내 벤처 도전할 때에는 팀워크도, 성과도 내지 못했던 도전 속에서 배운 바가 많았고,

극초기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팀워크를 만들어냈지만 성과가 아쉬웠다.

여기어때에서 감사하게도, 좋은 동료/리더들과 일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나 또한 크고 작은 성과를 경험하고 있었다.

올해부터는 한계점을 또 한 번 뚫어내는 도전을 위해, 토스 합류를 결정했다.


사실 커리어에 있어서 '어디에서 무엇을 이룬 사람인지'보다 '내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일에 대한 근원적 욕망도 '어떻게'에 조금 더 포커스 되어있는 듯하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욕망을 잘 되돌아보는 것은 삶의 방향 설정에 좋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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