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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Sep 06. 2022

지리의 힘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지리에서 시작되었다!
-지리의 힘-


 대학 첫 입학 후 가장 대학 서적 같았던 걸 전공도 부전공 수업도 아니라 교양 수업 때 목격했다. 현대사회의 이해라는 책이었는데 굉장히 두꺼워 들고 다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숫제 20살이 된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괜히 손에 쥐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아무것도 아닌 것을 잰 채 하며 지냈더랬다. 교양 수업은 들을 만했으나 문제는 번역체였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영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해외 도서에 알레르기가 생겼다. 모든 번역서가 이와 같지 않지만 의역이 없는 도서는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수능 지문을 읽는 기분이다.


 지리의 힘은 지리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읽다 보면 세계사 요약본을 읽는 거 같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 그리고 그 결과들을 지리학자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하게 됐는지, 중국이 티베트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중동 지의 다양한 갈등과 아프리카 대륙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설명한다. 그 외에도 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남극 등 10개의 지역에 대해 서술한다.


 본 저서의 작가는 유머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간헐적으로 던지는 유머에 피식거리기도 했지만 집중할 수 없었던 건 번역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영어로 보면 재미있었을 농담들이 한국어로 보면 설명이 뚝뚝 끊기고 말을 번복하는 거처럼 느껴진다. 현상을 설명할 때 그들의 사고방식과 우리의 사고방식이 다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기 힘들 때도 있었다.


 또는 이런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작가든 번역가든 굉장히 똑똑한 것이다. 서울대 출신 교수님들 수업을 들을 때 동기들과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교수님은 생각 간의 간극이 넓으나 그걸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총명함이 있기에 우리는 교수님의 생각을 따라잡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둘 중에 누군가 혹은 모두가 우수한 인재인 거다. 나는 그들이 깡충 뛰어넘은 간극을 이해할 수 없었고 오히려 자잘한 설명들, 비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공 도서식 번역체가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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