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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Oct 03. 2022

그리스인 조르바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가십걸'에서 나왔던 명대사다. '시크릿 가든'이라는 한국 드라마에서 오마주 되며 화제가 됐었더랬다.  대사를 입에 담았던 여주인공들실제로 미친  아니고 나름 인간미도 있어 미워할  없는 매력을 소유했다.


 조르바가 그랬다. 적잖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언행이, 저 시대에 가능했을까 싶은데 그가 싫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조르바 같은 사람은 아니고 '보스' 같은 사람이라 조르바의 삶이 신기하기도 해서 그를 실증 낼 수 없었던 거 같다. 데미안 다음에 읽은 게 그리스인 조르바다 보니 묘하게 연결되는 재미도 있었다. 작품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시대가 비슷했다는 점, 내면에서 솟아나는 삶을 사는 조르바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그랬다.

 우리는 모두 죽어가고 있다. 조르바는 험난한 세상을 겪으며 그 사실을 깨달았고 조르바식으로 살기 시작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땐 춤으로, 몸으로 대화를 하고 사랑을 하고 떠나기도 했다. 특히 과부에 대해 원대한 비전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 모든 행실이 '자유 전문가'처럼 보여 흥미로웠다.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노출하는 뜨거운 사람이라 유쾌했다. 뭐든 하나에 제대로 꽂힌 사람, 즐기는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고 그 전문가를 볼 때 드는 경외심 비슷한 걸 조르바에게서 느꼈다.


 조르바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지만 조르바처럼 살고 싶다. 방탕한 삶이 선망의 대상이 아니게  지는  오래다. 편협사고에 갇히는 거도 사양. 그저  속에서 솟아 나는  두려움 없이 살아낼  있고 해낼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나 트라우마에 갇혀 스스로 방어하지 않고 폭풍 한가운데에 나를 내몰  있는 담대함이 부러웠다. 조르바는 자신의 철학을 온전히 신뢰했기에 그것들이 가능했으리라.

 나는 '미친년'이고 싶지는 않고 '따뜻한년'이고 싶다. 억지로 따뜻한  말고 마음에 부담 없이,  손톱 발톱까지 그걸 원해서 자처하는 인간 난로.  과정이 녹록지 않을  있지만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한다면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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