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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Oct 05. 2022

우리에게 펭귄이란

'나는 교사다' 서포터즈 1기, 위즈덤하우스

아침에 달팽이를 만난 곳에 멈춰 서서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섰어.
-우리에게 펭귄이란-


 어렸을  세상이 볼록하고 뒤죽박죽 하더니 자라면서 점점 길쯤해지고 얄팍해졌다. 시선이 어디 한 군데 확대돼 주변은   수가 없다가 조금 멀어지면 상하좌우 대칭인, 어지럽지만 신나던 세상은 어느덧 콩알만 해졌다. 이제간혹 숨이  쉬어진다거나 다리가 덜덜 떨린다거나 입이 바짝 마르는 때가 아니면 무엇 하나만 쳐다보는 다. 그런 일이 즐거웠는지조차 기억희미하다.


 단편 소설을 자발적으로 처음 었을  작품 감상 방법에 대해 너무 소상히 알고 있었던  오히려 거추장스러웠다. 국민 단편 소설 '운수 좋은 ', '감자', '화수분' 등을 학문으로 접했던 것이 대한민국의 독서를 망치고 있는  분명했다. 하나하나 해석하며 비유에 목숨 걸고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 골머리를 썩이는  모습을 발견하는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신춘문예 작품들을 읽으면서 단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후 단편이 아니라 단편을 어렵게 읽고 있는 내가 문제라는  달았다. 학문적 시선을 버리고 읽게 된 단편 소설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그 후 종종 단편 소설도 골라 읽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펭귄이란' 읽고 놀랐던  어린이를 위한 단편 소설집이라는 존재 자체가 새로웠기 때문이다. 어릴  했던 단편 전래동화가 였으니 말 다했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단편을 일찍 경험시켜 주는 것도 어른이 해야  문화적 소양 교육이 아닐까 싶다.


    편이 아기자기하고 소중했다. 이혼이라는 다소 무거울  있는 배경이 아이들의 볼록 렌즈를 거치며 가벼워졌다. 자세히 보려고 여기저기 들쑤시는 기분 나쁜 볼록 렌즈는 아니고 제법 멀찌감치 떨어져 상하좌우가 뒤바뀐 것에 대해 '우와'하고 옅은 탄성을 지르는 아기자기한 풍경 같은 이야기였다. 헤어짐이 우리에게나 슬픈 일이지 아이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일상의 편린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슬퍼하는 이유는 헤어짐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슬퍼하기 때문일 수도. 그들의 렌즈로는 아직까지 부모나 담임 선생님이 세상이기에.


 오랜만에 기분 좋은 단편을 읽었다. 반짝이는 추억의 향기에 젖어 잠깐  살이   같은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어릴  나는 무엇을 쳐다보고 어떻게 생각했었는지에 대해, 기억 나는  거기 있었는지에 대해 회상하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그저  눈에 그것이 확대돼 보였고 다가갔을 . 지금에야 그게 이유가 되지 못하지만 그땐 그것이 충분하고도 차고 넘치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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