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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Nov 01. 2022

아마도 사랑은 블랙

'석사랑' 책모임 기록

1분 감상평 및 별점

글이 길지는 않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듬성듬성 놓고는 휙 뒤돌아 나에게 맡기는 듯한 책이었다. 문체나 형식이 보통의 수필과 달랐던 게 다소 어색했으나 읽다 보니 익숙해졌다. 다만 어머니께 쓰는 편지의 형식인지라 내밀한 사정까지 서술되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내가 수필을 읽는 목적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본 작품은 작가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선 큰 언급이 없어 대문을 살짝 엿본 듯하다. 작가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읽었다면 빈 부분을 채워가며 감상했을 테니 큰 울림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작가의 어머니에 대해 짧게 서술했던 마지막 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잠시 일별한 그녀의 세상 속에서 살았던 작가라면 푹 익은 시선으로 통찰한 것들을 더 재미나게 서술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별점은 3점.


인상 깊었던 장면

'제가 옳다고 굳게 믿고 밀어붙였던 일 중에 제 잘못으로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는지, 심지어 제 잘못인지도 모르고 잘난 체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밤입니다.'

조경을 위해 가지의 방향을 바꿨더니 죽어버린 나무에 대한 얘기를 보며 우리 반 학생들을 대하는 내 태도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게 됐다. 얼마나 많은 가지들의 방향을 틀었을지. 그게 꼭 옳은 것은 아니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상식'이라는 틀 안에 갇혀 선 밖을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눈꼴 시려웠던가보다. 그렇다고 그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질문을 던져야겠다. 정답보다는 하나의 예시를 들며 참고할 수 있게.

 '내려놓을 걸 올려놓고, 올려놔야 할 걸 내려놓은 것은 아닌지 잘 살펴봐야겠어요.'

한때 내려놓음과 더 내려놓음이 연속 출판되며 다들 삐끗하면 내려놓기 바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내려놓기만 했던 20살의 내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조금만 어려운 일에 맞닥뜨리면 기도만이 정답인 양손을 놓는 태도에 대한 작가의 의견에 미지근하게 동의한다.

'네가 뭐라고 다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건 교만이다. 사람들이 모여 하나님과 같아지려고 바벨탑을 쌓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근데 내가 딱 이렇다. 완벽주의. 가질 수도 없거니와 포기하는 게 맞는 일인데 그게 그렇게 아깝다. 질그릇은 질그릇다워야 질그릇이다. 소리를 지르며 왜 꽃병이 아니냐고 따질 순 없는 노릇이다.

 '사람은 사람을 먹고 산다. 사람은 먹을 것이 없어도 살지만, 먹을 사람이 없으면 죽는다. 너는 사람에게 먹혀 봤느냐?'

처음엔 경쟁 사회를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곱씹을수록 사랑, 관심 같은 것들을 의도하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충분히 먹혀 봤을까. 선생님이라 매일 조금씩 먹히고는 있는데 진정 내 근원까지 내어 준 적은 없었다. 이미 매일 조금씩 먹히는 게 버겁다. 월급 받는 만큼은 하고 있는 건지. 그것보다는 더 먹혀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텐데.

 '내일이 원수다.'

표현이 세련됐다.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말인데 그 생각 끝에 전달되는 의미가 명확하다. 써먹어야지.


토의 토론

어디까지가 하나님의 뜻일까

-감정
-생각
-상황
-기도->주신 마음대로 결정->따라가기(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만약 그 길을 막으시면 그 길이 아님)
-하나님은 어떤 길을 가도 계시니 안심하고 선택하기
-사람이 자신의 계획을 세워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
-결론: Doesn't matter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선한 영향력(선한 사람이 되길,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지나친 경쟁을 경계)
-말을 조곤조곤 잘하는 사람
-담백한 사람
-교활한 사람(신앙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것을 잘 지킬 수 있는)
-실없는 소리 하면서 고민하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
-책에서 나왔던 어머니 같은, 하나님 앞에서 치열한 삶을 사는(다 주셨는데 나는 왜 인색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음. 인색하지 않은, 믿음대로 사는 삶)
-말을 걸고 싶게 편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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