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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Oct 24. 2022

상한 감정의 치유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악 자체도 당신의 전 생애를 놓고 보았을 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실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통해서 당신을 빚고 당신의 생애에 의미를 부여하실 수 있다.
-상한 감정의 치유-


 긴 방황을 끝내고 교회로 돌아오게 됐을 땐 정말 툭 치면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 오래도록 인사치레만 했던 목사님께 전화를 걸어 잘 계시냐고 안부를 물었더니 '무슨 일 있냐'하는 말씀에 통곡하며 넘어가는 숨 반 말 반으로 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걸 죄로 알게 하신 것 자체가 은혜라고 말씀하시며 응원해주셨다. 새로 옮긴 교회의 목사님도 얘기를 들으시곤 하나님께서 너를 너무 사랑하시는 게 느껴진다며 위로하셨고 청년부 담당 목사님도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이 있을 거라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잡아 주셨다.

 세 분 다 하나같이 말씀하셨던 건 하나님께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죄에서 다시 멀어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하시며 오직 하나님과 더 가까이 지내려 노력하라고 하셨다. 용기를 얻고 묵묵히 해내고 있었는데 변화는 생각보다 더뎠다. 내 생 어느 때보다 하나님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뭘 더 해야 하나 싶어 참담했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제대로 기도할 수 있었을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울증에 걸린다는 게 참으로 부끄러웠던 건 하나님께서 하시는 대표적인 일이 평안을 주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변 그 누구도 정죄하지 않으나 홀로 정죄하며 더 깊이 침전했다. 세상 그 누구도 주지 못했던 사랑을 자격도 없는 내게 주시는 하나님을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정서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탓에 내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도할수록 고쳐졌다. 인간인 내가 완벽을 바라는 것 자체가 교만이다.

 힘들었던 기간 동안 부모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었다. 나이를 먹고 아버지를 용서했다고 생각했지만 위태롭게 숨어 있던 분노들은 상주하고 있었던 건지 우울증이 찾아 오자 본색을 들어냈다.  얘기를 전해야겠다는 용기가 셈 솟았다. 발악이라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고.

 내가 아버지께 듣고 었던 말은 ' 수고했다'  한마디였다. 그들의 트로피가 되길 자처하면서도 칭찬   듣지 못했던 것에 안타까워할 겨를도 없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버거웠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가정이  화목해서 엄마가 울지 않을까.  고민이  청소년기에 행했던 모든 행실의 동기가 됐다.

 그전에  서적을 읽어본  없었음에도 나는 상처를 관찰하고 치유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이끌림 받고 있었다. 목사님과  죄를 공유하고 아픔의 근원을 찾고 치유받는 , '상한 감정의 치유'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되돌아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였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이었는데 나는 당연한  시간이  일이라 여기고 있었다.

 현재는 본 서적을 읽으며 나의 또 다른 문제와 그 원인을 고민하게 됐다. 내 속에 내가 많다고는 알고 있었으나 왜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지,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지 탐구하며 해답을 구하는 중이다. 해결할 수 있을까, 기도가 막막하다. 너무 큰 문제인 거 같은 마음에 살짝 쫀 거다. 그래도 여즉 그래 왔듯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하며 조금 마음 편하게 있어 보려고 한다. 마땅한 기도제목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기도가 안 되지만 도우심을 구하다 보면 뭐라도 알려 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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