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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Dec 22. 2022

사라지는 말들: 말과 사회사

이러한 어사의 특성은 사회적이면서 한편으로 사사로운 부분을 가지고 있다.
-사라지는 말들: 말과 사회사-


 초등학교 교사라고 직업을 밝히면 많이들 하는 질문이 초등학생들의 언어생활이다. 실제로 ‘어쩔 티비’ 같은 말을 사용하는지 묻는데 요즘은 좀 시들하다. 그 질문을 받으면서 드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면 뭐가 우선인지 모르겠다.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얘기는 하지만 초등학생들도 SNS를 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먼저 사용을 해서 유명해진 건지 SNS에서 유명해져서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답해야 한다면 난 SNS가 먼저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초등학생 땐 인터넷을 통한 공유가 활발하지 않았으나 어찌어찌 비슷한 문화를 나눴다. 버디버디나 네이트온이나 싸이월드가 있었으니 그게 가능했다 치더라도 그 훨씬 전에는 어떤 경로로 삐삐 언어를 공유하며 각 세대를 대표하는 유행어를 만들었을지 의아하다.

 그 방법이야 다양하겠거니와 부정할 수 없는 건 작가가 얘기하는 것처럼 세대가 공유하는 말들은 항상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언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사어와 신조어가 호들갑 떨 내용은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사회 구조 변화로 이미 사라져 버린 언어를 제대로 기록하고 보관하는 게 중요할 일이지 사라지는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 개인의 언어생활도 사회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개별적인 성향을 무시할 순 없다. 내 언어에 대해 고민을 좀 해보자면, 꼴에 문체랄 만한 건 없는 것 같고 썼던 글을 다시금 읽어 보면 말버릇, 주로 사용하는 접속사, 문장 형태가 있다. 한 문장의 길이가 한 줄 반을 넘지 않으려는 강박증과, 방금처럼 ‘고’나 ’과‘를 사용해 여러 가지를 나열하는 것. 쓸데없는 부사를 남발하고, ‘~하는 데’, ‘~를 했다‘ 그리고 ’것‘을 자주 사용해 문장을 마무리한다. 좀체 다채롭지도 않고 지루하고 더 나아가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문장들을 보고 있자니 브런치의 심사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기반성은 차치하고, 언어생활이 나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말을 골라 보자면 나는 ‘쿠쿠루삥뽕’이나 ‘핑크퐁’ 같은 말들이 좋다. 입으로 내뱉기는 창피하니 마음속으로만 얘기하고 큭큭하고 만다.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비음과 섞여 응응 거리는 게 다 큰 어른이 낼 소리는 아닌 거 같아서, 거기서 오는 부조화 같은 것들이 폭소 맹점이다.


 도서를 읽으며 나는 언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었는지 되짚어 보게 됐다. 나는 영 작가 노릇할 계제는 못 되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나 쓰는 것과 일을 하는 건 또 다른 분야니 조용히 쓰기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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