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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an 21. 2023

이방인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두근두근  인생 신체적인 고통은 철저히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롯이 홀로 느끼는  고통을 묘사할  있어도 반으로  나눠 덜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극도의 고통을 느껴본 일이 없어  말을 하기까지 주인공이 겪었던 고통이 얼마나 클까 다만 짐작할 뿐이다. ‘두근두근  인생 주인공이 완치되길 바라며 기도하는  멀리서   있는 최선이었다.

 반면 정신적 고통은 적절히 환기하고 발산한다면 줄일  있다. 다만 완치가 없다는  문제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유발하는 기억이나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 거절받는다는 느낌을 견디지 못한다. 친밀한 관계 속에서 요구할  있는 것들도 입을  다문  혼자 끙끙대다 만다. 이상한  상대방이 나의 침묵에 굉장히 서운해한다는 것이다.  정도도 말하지 못하는 친구가 어디 있냐며 따지는 친구에게 나는 ‘그냥말고는 대답할 말이 없다.


  뫼르소를 읽으며 가슴이 미어졌던 이유는 그에게 적절한 환풍구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환기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무심함이 나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뫼르소는 사위가 막힌 방에서 마리가 보고 싶었고 어머니를 이해했고 변호해 주는 친구들이 고마웠지만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냥’ 말고는 할 말이 없어서, 그리움이나 후회나 감사를 배출해 내는 게 퍽 애달파서 ‘그냥’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외로움은 쌓인다. 방 한 칸을 외로움으로 가득 채울 때까지 쌓인다. 그때 비로소 혼자라도 좋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새로운 방에서 외로움이 쌓이고 있다. 뫼르소는 마리에게 내어줄 한 평의 공간도 없이 외로움으로 모든 방을 채웠다. 한없이 무거운 그의 마음은 혼자라도 좋다고 생각했으리라.

 뫼르소는 처음부터 죽어 있었다. 걸어 다니는 육신만 멀쩡했지 그의 영혼은 깊은  안에 꽁꽁 숨어 호흡하지 않았다. 마지막 그의 절규는 그러니까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붕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의 역사 속에서 꿋꿋이 지켜왔던 신념, 영혼의 죽음이 사형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게 되고 느끼게 되고 아프게 될까 섬뜩했던 것이다.


 외로움 앞에서 나는 그냥 쓰는  외에   있는  없다. 언젠가 내가 쓰기를 그만두게 된다면, 그때 의 영혼은 운명을 달리 했으리라. 신체적 고통은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신체적 고통도 수반한다. 나는 오늘도  말이 없다. ‘그냥말고는 입을 다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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