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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Feb 26. 2023

안으로 안으로 방어 모드

 활짝 열어  문을 닫을 때가 왔다. 도통 나와는 맞지 않는지 찢기고 아프기만 하지 행복하거나 만족스럽지가 않다. 최소한 주위의 친구나 가족들은 즐겼기를.

 기실  좋자고 시작한 변화는 아니었으니  행복이나 평안 따위가 중요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나를 헤치면서까지 개방하고 싶지 않다.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 당분간 문은 닫는다는 사실만 중요하다.

 애당초 두꺼운 벽이라는 방어 기제가 나쁘다고 판단했던 계기나 합리적인 이유 따위는 없었다. 문득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싶었고 친구들이 지나가내뱉는 말들, ' 너무 벽을 '라는 가슴 아팠다. 완전 개방은 아니었다. 생일을 챙기고 연락에 조금  신경 쓰는 정도.  속마음을 드러내는  게으르지 않고 먼저 전화도 하는   정도.

 주는  생기니 바라는 것도 생겼다. 친구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아니다. 종종 등장했던 무뢰한들이  방을 한번  훑어보더니 잔뜩 할퀴고 떠나갔다.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평생 외벽에만 신경 쓰느라 내벽의 내구성은 떨어졌다. 이제 와서 말랑한 내벽을 단단하게 공사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나는 이대로 가다간 정말 감정의 끈을 놓을 것만 같아 다시 나를 단단하게 무장하기로 결심했다.


 돌이켜 보면 이제껏 내게 실패를 가르쳐  사람은 없었다. 스스로 배웠어야 했던 것일지도. 나는 오직 성공만을 위해, 시도하지 않았고 도전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돼버렸다.

 스키를 처음 배울  넘어지는 방법부터 익혔던 과거가 떠올랐다. 냅다 옆으로 철푸덕 넘어진  경사면과 수직으로 일어서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지금 디쯤일까. 위험한  인지하기만  건지, 넘어지기는  건지, 다시 일어나는 중인지.

 적당한 방어 기제는 오히려 건강함의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친절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과감할 필요가 있다. 지금 있는 소중한 친구들도 모두 까다로운 기질의 결과다.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  정도밖에  되는 인간에게 과분한 사람들이 아직도  곁을 지켜주고 있는 비결은 사람을 골라 사귀었던 과거의  편협증 덕분이다.

 다시 문을 닫아야겠다. 우선 내가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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