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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Mar 13. 2023

다시금 느끼지만 전담이 최고

 왜, 받는 만큼만 일하고 싶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담이 딱 그렇다. 담임교사와 급여 차이가 다소 나는 게 처음엔 불만이었지만 이제 막 이 주 정도 전담을 하고 나니 난 평생 교과 전담 교사만 하고 싶다. 기간제 시절 때, 아직 일 년차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전에는 기간제 교사의 고충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렴 뭘 하든 어렵기 마련인 시기였으니. 그러나 육 학년 담임을 뺀질나게 한 뒤 한층 성장한 나로서 체육/도덕 전담은 파라다이스다.

 전담이 최고라는 말을 입에 달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하다. 학년에 반이 적어도   이상인, 크기가 중간 이상인 학교일 . 이하는 전담도  피곤할 법하다. 학교가 크면 클수록 수업 준비는 적어진다. 수업을 하나 준비하면 그걸로 네다섯  혹은 여덟아홉  수업하면 된다. 그걸 주에   혹은   하고 나면  주가 끝이다. 그러니까 수업 준비 자체가 적으니 일이  주는 느낌이다.

 작은 학교는 전담의 이점이 줄어든다. 자잘하게 모든 학년을  들어가면  주에 수업여섯여덟  준비해야 하고 과목도 다르다.  피곤하다. 그럼에도 전담의 장점은 잔존한다. 상담 업무가 없다는 것만큼 속이 시원한  있을까. 학생, 학부모 상담이 없으면 골머리 썩힐 일도 없다. 고구마   먹은  웃음을 유지하며 훈육하지 않아도 된다. 진상 학부모 연락  받아도 된다. 학폭과 전혀 연관이 없다. 학년 업무도 없다. 무엇보다 방학 시즌이 다가오면 지옥 같은 생기부로부터 자유롭다. 쓰고 보니 잔존 정도가 아니라 여전히 넘치는 화수분이다.

 물론 담임 수당을 못 받는 점, 성과급은 최하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300만 원 웃도는 수준이다. 한 달치 월급을 못 받은 셈이다. 학사 운영이 담임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아무래도 교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외롭다는 사람도 봤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교실에 혼자인  느낌을 사랑한다. 시끌벅적하던 오전과 고요한 오후의 대비 덕분에 적막의 소중함, 외로움의 귀함을 사무치게 느낀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찔끔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들 높은 급지의 학교로 오려고 하는지 알겠다.  발령지가 ''급지라 그것이 기준이었는데 ''급지의 학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떨어지는 햇살  , 달콤한 공기. , 영원히 '' 혹은 ''급지에서 근무하고 싶어라. 그래야   월급만큼만 일하는 건데. 공평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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