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이 6학년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잦은 학교 폭력 발생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아무리 교사가 잘못한 게 없는 사건이라도 학부모 및 학생과 펼치는 심리전이 만만치 않다. 먼저 학폭이 접수됐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연락부터 불편하다. 대뜸 욕을 날리고 보는 학부모님도 계시니 언제나 마음을 졸인다. 언제는 한번 별일도 아닌데 왜 학폭을 여냐, 우리 애 낙인찍힌다며 노발대발하던 학부모가 한 분 계셨다. 담임 시선으로 학폭까지 갈 사안이 아니더라도 학부모가 원하면 군말 없이 학폭을 열어 줘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는 30분 동안 정부와 나라의 꼬라지에 대해 하소연했다. 그런 학부모의 잔뜩 분노한 마음을 달래는 것도 내 몫이다.
학폭이라고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기실 그리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담임 선생님이 항시 교실에서 감시 중이니 괴롭히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기껏해야 화장실에서 툭툭 치는 정도려나. 요즘엔 학폭 교육이 철저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오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방관해선 안 된다는 것도 인지한다. 아이들도 목격하는 즉시 보고할 정도니 화장실이나 후미진 곳에서 괴롭히는 행위는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방과 후,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다. 그놈의 SNS는 연령 규정이 있으면서도 사용자 가입 여부를 왜 사용자에게 맡기는지 모를 일이다. 그나마 SNS 괴롭힘은 흔적이 남아 간단하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또 정보통신교육도 꾸준히 받기에 점점 나아지는 양상이다.
제일 난감한 경우는 신체적 괴롭힘이 없을 때 발생한다. 무시하기, 속닥거리기, 째려보기 등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고 그저 쟤가 그러는데 제 기분이 너무 나빠요 외에는 근거가 없는 사건은 나 또한 당혹스럽다. 규정상 학교 폭력에 속하긴 하지만 나는 좀 어리둥절하다. 어떻게 개인의 눈빛까지 단속하란 말인지. 학생들에게 말하는 내 입장도 참 곤란하다. 낯부끄럽지만 어떤 감정도 섞지 않은 채 규정을 읊었다. 속으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규정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이런 일이 있었다. A학생과 B학생은 유치원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5학년 때까지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는데 불행은 6학년 진학과 동시에 발생했다. 교사가 물갈이되는 바람에 A와 B를 붙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결국 A와 B는 6학년 때 같은 반이 됐고 서로 불편한 감정을 숨긴 채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깊은 감정의 골이 노력으로 덮어지랴.
B 입장에선 자신과 친했던 친구들이 모두 같은 반이 돼 다행이었다. A도 B의 친구들과 친하긴 했으나 B만큼은 아니었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B의 친구들이 A와 노는 장면을 보고 B는 질투가 났다. B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호소했다.
"너희들이 A랑 노는 거 기분 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