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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Mar 26. 2023

이 사건, 학교 폭력으로 보시나요?(2)

 친구들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어떤 선택이 옳은지 판단하기 힘들었겠지만 친구들은 B를 선택했다. 자연스레 A는 도태됐고 내게 찾아왔다. B가 어떤 횡포를 부리고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등 유치원 때부터 서운했던 걸 토로했다. 나는 B를 불러 상담했다. B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A가 자신에게 저질렀던 만행들, 유치원 때부터 쌓아온 서운함을 토로했다(나는 B에게 A가 어떤 말을 했는지 전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A와 B는 똑같은 행동을 서로에게 저지르고 있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따지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B 친구들을 불렀다. A  놀지 않냐고 물으니 A 오빠가 자신들의 문제에 자꾸 끼어드는  지긋지긋하다는 , A 자신을 무시했고 차별했던 기억, 약간의 집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들을 꺼냈다. 난감했다. 그러니까 야속하게 말하자면 친구들 입장에선 A 싫을 이유야 많았던 것이다. 그게 실제로 놀지 않았던 이유일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일지 모를 일이고 이유가 매한가지인 부분이 께름칙하지만.

 나는 이 사건과 완전히 무관하며 꽤 신뢰하는 새로운 무리를 불렀다. A 학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더니 B 친구들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나는 우선 A 학부모의 바람대로 B B 친구들을 염두에 두고  전체를 대상으로 학폭 규정들을 읽어줬다.   B  친구들을 불러 주의를 줬다. 직후에 A B 불러 얘기할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노력이 무색하게도 A B 앞다투어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들만 쏟아냈지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말을 끊고  자리의 목적에 대해 설명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결국 A B 손절하는(서로 절교하자는 ) 막장을 막을  없었다. 6학년이나  학생들에게  잡고 화해하라고 강요하는  전혀 도움이  되니 그저 바라볼 수밖에.

 문제는 지속됐다. B가 째려보거나 속닥거리는 건 사라졌지만 B의 친구들은 여전히 A를 피했다. 그렇다면 이건 학폭이 맞다고 확신하고 싶었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관찰했을 때 A와 B와 B의 친구들 모두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 모두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니까.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A와 B를 불러 주기적으로 상담해 주었다.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골머리를 썩이며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각각의 학생들과 라포가 충분히 형성됐을 때 그들의 마음을 건드리기로 했다. A에게 닥친 시련, 선생님도 6학년 때 왕따 당했었다고 말하니 A는 흐느끼며 울었다. B의 질투, 선생님은 고등학생 때도 그런 감정을 가진 적 있다는 말, 그 질투라는 감정은 결코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하니 B도 또르륵. 나는 넌지시 A와 B에게 한번 더 얘기할 자리를 가져 보는 게 어떻겠냐 물었다. 다행히 그들은 동의했다. 나는 철저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친구란 무엇이며 감정이란 무엇이고 관계란 무엇인지 장장 1시간이 넘는 연설을 각자에게 맞게 늘어놓았다.

 결국 A와 B는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 봤을 때 B는 여전히 질투심이 남아 있지만 혼자서 잘 처리하고 있는 듯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요즘 학폭은 대개 이런 풍조다.  글로리와 같은 막장은 글쎄, 적어도 초등학교에선 드물며 중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어찌 됐든 모든 걸 세세하게 기록할 순 없지만 개괄적인 내용이 이렇다. 브런치 작가님들은 이 사건을 학폭이라고 말할지 친구들 간 싸움이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당연히 학폭이라 판단돼 접수를 하겠다면 학교 측에서 말리진 않으니 걱정하지는 마시라. 23년도 학교는 민원에 죽고 민원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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