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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Mar 31. 2023

3월은 끝난다

 길고 긴 3월의 마지막 날이 왔다. 일찍이 핀 벚꽃 구경 갈 새도 없이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꼭 주말에는 비가 오거나 날이 흐렸고 이제는 꽃놀이에 별 감흥이 없어 아쉽지는 않았지만, 빠끔히 난 틈에서 새어 나가는 감성이 아깝기는 했다.

 학교는 3월만 지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7월이 온다. 여름 방학이 곧 이라는 뜻이다. 3월이 유난히 긴 이유는 글쎄, 아인슈타인을 모셔와야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바쁘다 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게 인지상정이나 학교만 시간의 흐름이 다른 듯하다. 꼭 3월은 시름시름 아프면서 정신만 없을 뿐 눈 떠보니 4월이 아니라 점심, 저녁인 격이다.

 방학 동안 목을 사용하지 않다가 개학날에는 4교시 내내 말을 멈출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코와 목의 경계가 따끔하다. 발성의 문제라기 보단 누군들 네 시간 동안 얘기하면 목이 가지 않으랴. 어쨌든 몸의 모든 기관도 소모품일 따름이니 지나친 사용에 고장이 나기도 하고 무지렁이가 되기도 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담임 주간에도 말을 적게 할 수가 없다. 우리 반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큰 틀을 제시한 뒤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얘기하는 시간도 필수라 성대 사용을 피할 수는 없다. 서로의 모양을 맞추기 위해 자르고 주무르느라 생기는 통증이 바로 편도염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달라는   어찌나 많은지 교육청,   선생님, 교육과정 담당 부장님, 교무 부장님까지. 남직없이 무언가를 요구한다. 오전에 잠시 병원에라도 다녀오고 싶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꿈에나 가능하다. 오후엔 절대로 야근하지 않겠다는,   받고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는 일념하나로 일처리를 하다 보면 보건실에서 얻은 스트렙실과 미놀은 아메리카노보다  귀중한 필수품이 된다.

 그 3월이 마침내 끝났다. 정해야 하는 것과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의 표정도 한결 밝고 편안하다. 나와 짝짜꿍이 맞다는 증거다. 예민한 기질의 학생들도 있지만 사서 걱정하진 않으련다. 일 년은 길고 이제 막 3월이 지나갔으니 4월부터 고민해도 될 문제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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