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3월의 마지막 날이 왔다. 일찍이 핀 벚꽃 구경 갈 새도 없이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꼭 주말에는 비가 오거나 날이 흐렸고 이제는 꽃놀이에 별 감흥이 없어 아쉽지는 않았지만, 빠끔히 난 틈에서 새어 나가는 감성이 아깝기는 했다.
학교는 3월만 지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7월이 온다. 여름 방학이 곧 이라는 뜻이다. 3월이 유난히 긴 이유는 글쎄, 아인슈타인을 모셔와야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바쁘다 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게 인지상정이나 학교만 시간의 흐름이 다른 듯하다. 꼭 3월은 시름시름 아프면서 정신만 없을 뿐 눈 떠보니 4월이 아니라 점심, 저녁인 격이다.
방학 동안 목을 사용하지 않다가 개학날에는 4교시 내내 말을 멈출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코와 목의 경계가 따끔하다. 발성의 문제라기 보단 누군들 네 시간 동안 얘기하면 목이 가지 않으랴. 어쨌든 몸의 모든 기관도 소모품일 따름이니 지나친 사용에 고장이 나기도 하고 무지렁이가 되기도 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담임 주간에도 말을 적게 할 수가 없다. 우리 반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큰 틀을 제시한 뒤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얘기하는 시간도 필수라 성대 사용을 피할 수는 없다. 서로의 모양을 맞추기 위해 자르고 주무르느라 생기는 통증이 바로 편도염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달라는 건 또 어찌나 많은지 교육청, 옆 반 선생님, 교육과정 담당 부장님, 교무 부장님까지. 내남직없이 무언가를 요구한다. 오전에 잠시 병원에라도 다녀오고 싶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꿈에나 가능하다. 오후엔 절대로 야근하지 않겠다는, 이 돈 받고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는 일념하나로 일처리를 하다 보면 보건실에서 얻은 스트렙실과 미놀은 아메리카노보다 더 귀중한 필수품이 된다.
그 3월이 마침내 끝났다. 정해야 하는 것과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의 표정도 한결 밝고 편안하다. 나와 짝짜꿍이 맞다는 증거다. 예민한 기질의 학생들도 있지만 사서 걱정하진 않으련다. 일 년은 길고 이제 막 3월이 지나갔으니 4월부터 고민해도 될 문제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