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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Mar 08. 2023

나는 운이 좋은 교사입니다.

3월 7일 자로 방영된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가

교사 커뮤니티에서 장안의 화제다.


방송  들리는 학부모 항의 소리에 손이 벌벌 떨렸다는 선생님 댓글이 잊히지가 않는다.

다들 개인적인 일들이 떠올랐을 거라는 선생님.

맞다. 고작 5년짜리 교사에게도 학부모 민원 전화에

손이 벌벌 떨렸던 경험이 있다.


방학  방과후 수업에서 미비한 학교 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나와는 일절 상관없는 일이었다.

본래 생활부 부장 업무이긴 하나 부장 업무가 미숙한 탓인지

학부모 연락을 내게 맡긴 부장님. 우리 반 학생 일이기도 하고 귓등으로 들어도 아무 일 없이 끝날 거 같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 일이 많이 바쁘신가 보다' 하며 전화를 드렸다.

"아버님, 학교 폭력 신청이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후에 쏟아지는 폭언과 욕설.

나는 그 모든 찌꺼기를 감당해야 했다.


잔뜩 흥분한 채 전화하는 학부모도 싫다.

대게 교사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자기 말만 쏟고 끝내버릴 사람들이다.

이럴 때면 학생을 불러서 상담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보호자는 교육 현장을 본 적도 없다.

내가 어떻게 교육했고 어떻게 훈화했는지 관심도 없다.

그저 자기 자식 말만 듣고 잔뜩 흥분해

뭐라도 된 양 군림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공노비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여태 운이 좋아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적은 없다.

유튜브 클립 영상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나가지 않아도 됐던 것은

단순이 '운' 그 초라한 한 글자 덕분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언제든 그 '운'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엄습했다.


권한은 없고 의무만 가득한 교실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 교사다.

피해자가 다른 학생과 학부모라는 댓글도 어떤 의미에서 적은 말인지 이해가 가지만

사실은 당사자만큼 큰 충격을 입은 사람은 없다.


제발 입법은 신중하게 하자. 입법 후 악용되는 사례를 잘 조사하여

개정하고 또 개정하자.

일하자 국회의원, 일하자 정부. 열쩡. 열쩡. 열쩡!


P.S. 투표를 제대로 하자고 하는데 사실 뽑을 사람이 없는 걸.

https://www.youtube.com/watch?v=LGzi0WFjB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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