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자로 방영된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가
교사 커뮤니티에서 장안의 화제다.
방송 중 들리는 학부모 항의 목소리에 손이 벌벌 떨렸다는 선생님 댓글이 잊히지가 않는다.
다들 개인적인 일들이 떠올랐을 거라는 선생님.
맞다. 고작 5년짜리 교사에게도 학부모 민원 전화에
손이 벌벌 떨렸던 경험이 있다.
방학 중 방과후 수업에서 미비한 학교 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니까 나와는 일절 상관없는 일이었다.
본래 생활부 부장 업무이긴 하나 부장 업무가 미숙한 탓인지
학부모 연락을 내게 맡긴 부장님. 우리 반 학생 일이기도 하고 귓등으로 들어도 아무 일 없이 끝날 거 같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아, 일이 많이 바쁘신가 보다' 하며 전화를 드렸다.
"아버님, 학교 폭력 신청이 돼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후에 쏟아지는 폭언과 욕설.
나는 그 모든 찌꺼기를 감당해야 했다.
잔뜩 흥분한 채 전화하는 학부모도 싫다.
대게 교사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자기 말만 쏟고 끝내버릴 사람들이다.
이럴 때면 학생을 불러서 상담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보호자는 교육 현장을 본 적도 없다.
내가 어떻게 교육했고 어떻게 훈화했는지 관심도 없다.
그저 자기 자식 말만 듣고 잔뜩 흥분해
뭐라도 된 양 군림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공노비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여태 운이 좋아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적은 없다.
유튜브 클립 영상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나가지 않아도 됐던 것은
단순이 '운' 그 초라한 한 글자 덕분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언제든 그 '운'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엄습했다.
권한은 없고 의무만 가득한 교실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 교사다.
피해자가 다른 학생과 학부모라는 댓글도 어떤 의미에서 적은 말인지 이해가 가지만
사실은 당사자만큼 큰 충격을 입은 사람은 없다.
제발 입법은 신중하게 하자. 입법 후 악용되는 사례를 잘 조사하여
개정하고 또 개정하자.
일하자 국회의원, 일하자 정부. 열쩡. 열쩡. 열쩡!
P.S. 투표를 제대로 하자고 하는데 사실 뽑을 사람이 없는 걸.
https://www.youtube.com/watch?v=LGzi0WFjB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