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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Mar 24. 2023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완벽하게 사생활이 보호되었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고립되기는 싫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는 좀 이야기에 집착하는 편이다.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는다. 영화나 드라마도 영상의 디테일이나 화질 같은 것보다 이야기가 마음에 들면 된다. '기생충' 같은 영화제 수상작을 볼 때도 선이 어떻고 화면 구성이 어떻고 보다 그냥 단순히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잘 지어진 주택을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신축 아파트가 싫지는 않으나 경외하는 마음까지 가지려면 설계나 시공에 이야기가 포함돼야 한다.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발현한다. 거주자의 체구에 맞게 높은 세면대가 될 수도 있고 그의 동선을 배려한 거실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맹그로브'라는 이름을 가진 공동 거주 주택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신발장 하나, 부엌 하나, 은밀한 통행로 하나에도 이야기가 가득했다. 작가의 세심함을 읽어 나가는 게 흥미로웠다. 집 하나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철학이 담겼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웠다.

 이제야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내 방은 평범한 공산품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기게 된 공간이 됐으니 애정이 간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침대 위에 누워 잠을 자는 게 영 어색하고 짐짐했다. 내가 원하는 느낌을 내기 위해 가구를 사고 방을 꾸미는 정성을 들여본 적이 없었던 것을 변명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내 집이 아니기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공간이기에.


 어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곧 하게 될 일이지만 작가의 책을 들여다보니 그저 그런 태도로 혼자 살기보단 내 집에 애정과 정성을 곁들어야겠다 결심했다. 농부를 생각하며 쌀 한 톨도 남기지 말고 먹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기억한다. 설계자의 마음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사는 곳도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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