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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Mar 19. 2023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

이 책의 대부분은 학교 현장에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교사들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


 나는 초등학생 때 감투를 많이 썼다. 반장 혹은 부반장 하다못해 스카우트 단장 등 매해 임원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두루 친했던 게 도움이 됐던 거 같다. 한 학년에 2-3반 있는 작은 초등학교였고(지금에야 중간 크기지만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 학년이 칠십 명 남짓이면 코딱지 만한 학교였다) 모두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기억뿐이다.

 어머니와 종종 과거를 헤집다 보면 여러 주제로 얘기가 오간다. 나와 친했던 친구와 그 동생까지, 어머니끼리 친했던 친구는 어디서 일한다더라 외에도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육 학년 담임 선생님 뒷담화다. 그녀의 뻔뻔함에 치를 떨던 어머니는,

 "느그 육 학년 담임은 얼마나 여우였다고. 소풍 갈 때 도시락에 뭐 뭐 넣어달라, 졸업 때는 정장 맞춰주면 된다, 운동회 끝나면 목욕비에 뭐에, 난 육 학년 담임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나도 궁금하다. 촌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까마득한 관행 속에 우리 가족도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믿기기지 않는다. 그런 정세 속에서 2012년 전에 청렴했던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들의 정직함에 감탄하고 존경한다. 우스개 소리로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야, 나도 쿠키 좀 받고 싶다 쿠키. 다른 건 모르겠고 애들 보내고 나면 너무 배고프다고."

 따위의 말을 지껄이는 걸 보면 나는 영락없이 사과 박스나 받았을 교사다.


 PD 수첩 '나는 어쩌다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를 보고 분개했다. 결국 또다시 우린 야생으로 내던져졌고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90년대 생이 그랬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타인과 경쟁해야 했고 독해져야 살아남았다. 그 연장선으로 집어든 게 본 도서다.

 추천사와 머리글의 거창함에 비해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연수에서 들은 바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 알맹이 없이 빈약한 느낌이었다. 잔뜩 기대하게 해 놓은 거 치고 정작 먹어 보니 별거 아니었던 허니 버터칩 같은 느낌이랄까. 1정 연수에서 교권을 다루는 강의가 있는데 그것만 잘 들어도 책 내용 반은 읽은 것과 다름없었다.

 정작 내가 궁금했던 것은 교사가 무엇을 하면 안 되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지였는데 책은 원론적인 얘기만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교사의 질문에서 시작됐다던 도서는 내 마음속에 이는 여러 질문에는 어떤 답도 주지 못했다. '현재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현장의 실정을 너무 모르는 거 아닌가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저는 어떻게 교육을 하면 되나요' 등.


 사실 대처 방안은 저자가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님에도 저자에게 화가 났다. 다소 격했던 점 사과드린다.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주체는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있는 것일까. 혹은 유난스러운 학부모 외에 다른 학부모들은 단 한 명의 진상 때문에 교육 현장이 병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까.

 부푼 꿈을 가득 안고 쉬지 않고 달려온 과거의 나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건 너무나 소소한 일상이었는데, 내 기억 속에 남은 선생님의 모습대로 해 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다들 입을 댄다. 겁쟁이인 나는 덩달아 무섭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애들한테 욕심부리지 말고 딱 해야 할 것만 해. 안 그러면 네가 다쳐'인 상황에서 적극적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죄가 아니라 보호 본능이다.

 탈교직은 지능순이라는데 나도 이제 '교사, 때려치웠습니다' 하며 흥미로운 제목으로 브런치에 관심을 끌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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