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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Apr 09. 2023

예민한 아이를 위한 부모 수업

기준을 지켜라.
-예민한 아이를 위한 부모 수업-


 '금쪽같은 내 새끼'는 내 최애 프로그램이다. 여러 편을 지속적으로 보다 보면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을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과 규칙이 있다. 그녀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 꾸준히 보는 편이다. 아이에 관한 얘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옛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어머니께 내 유아기를 여쭤 보면,

 "네 같은 애는 거저 키우는 애였다. 누이면 자고 잘 먹고."

 그럴 때면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내 역사를 읊는 어머니의 행복이 내게 전염돼 마주 보며 웃곤 한다.


 나는 요란한 편은 아니었으나 예민한 아이였다. 도서를 읽어 나가며 내 어릴 적을 빗대어 생각하면 적이 비슷한 묘사가 종종 눈에 띄었다. 도서에서 제시한 여러 체크 리스트를 보면서 나는 어땠을까 떠올려 본다. 내가 기억하는 학령기 때의 나는 체크리스트와 꽤나 잘 들어맞는데 유아기였던 나는 어땠을까 궁금했다. 어머니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다면 지극히 평범했으나 어머니가 유난히 무딘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기실 예민한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도 나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분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내 어린 시절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리라. 목 뒤 까끌까끌한 상표나 꽉 들어붙는 청바지, 목을 감싸는 목티를 싫어했다. 몸에 풀이 닿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눈치가 빨랐다. 강하게 훈육할수록 반발심이 커졌고 자기반성 능력이 월등했다.

 서적은 이런 것 외에도 다양한 기준으로 예민한 아이를 판별한다. 꽤 많은 분량을 이것에 할당하는데 나는 뒤에 이어지는 방법론적인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 중 반을 예민한 아이에 대한 이해와 판별법에 관해 얘기하는 게 다소 지루하다. 나머지 반도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실망했던 건 사실이다. 이에 똑같은 얘기를 무한 반복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책을 압축해 딱 반으로 줄이면 더욱 훌륭한 아동 교육학 서적 반열에 오를 거라 판단한다.


 학교에서 매해 다양한 아이를 접하며 만감이 교차한다.  대지 않아도 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다소 산만한 아이도 있다. 물론 서른  정도 되는 반에 예민한 아이, 문제를 종종 일으키는 아이, ADHD 앓는 아이 같이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아이도 있다. 내가 답답한 지점은  아이의 보호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나보다 아이에게 무관심한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굉장히 지쳐 보이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

 하루는 그런 전화도 받았었다. 학폭이 열렸고 지훈이가 가해 학생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지훈이의 진술상 지훈이는 가해 학생이 아니었다. 지훈이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아버지가 말하길 자신의 아이를 믿지 못하겠단다.

 "아버님, 지훈이 현재 5학년 들어서 너무 좋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반에서도 잘하고 있습니다. 제가 믿는데 아버님이 못 믿으시면 어쩝니까."

 "내가 못 믿겠다는데 당신이 뭔데 믿어!"

 혹은 다른 학부모로부터 잦은 민원 전화 대상이 되는 준민이의 경우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면 한 분은 '걔 원래 그래요. 저도 노력했는데 안 되네요.' 하고 말기도 하고 한 분은 '집에서는 문제 없습니다.' 하고 시큰둥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세 분의 공통점. 목소리에 실망, 피곤함이 묻어 있다는 것. 결국 육아도 부모가 행복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도서의 저자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비슷한 생각이신 거 같다. 아이도 한 인격체이며 주 양육자와 긴밀하게 연결된 이상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너무 지치고 힘들 땐 우선 자신의 여유를 되찾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멀리서나마 본 도서 혹은 금쪽같은 내 새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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