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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May 08. 2023

나쁜 사마리아인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은 이런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아서 처음에는 하나같이 일정한 규모 이상의 재산 소유자나 일정한 금액 이상의 소득세를 낼 수 있는 소득자에게만 투표권을 주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에서 민주주의를 다룬다. 근현대사를 시작으로 민주화 역사,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례로 나온. 교과서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본적인 민주주의 용이.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참여'. 민주주의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참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사회과가 아니더라도 교육과정 전반의 목표다.

 그렇게 큰 한 단원을 학습하고 나면 난 꼭 이 질문을 빼먹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완벽할까?"

 성취기준에는 없지만 교사로서 꼭 해야 하는 질문이라 여긴다. 주어진 질문에 당장 답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훗날 민주주의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시민이어야 하지 않을까.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다수결의 한계로는 설명이 부족하지 싶다. 물론 나의 의견을 담지한 정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저 '인간이 만든 것 중 완벽한 건 없어'라는 말 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 해로운 측면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로  저서를 지필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학생들에게 던졌던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을 강력한 주장문의 형태로 바꿔 생산한 것이다. 책에선 세계화, 국영화, 문화와 경제, 민주주의와 경제  다양한 측면에서 신자유주의가 얼마만큼 과대평가 됐는지 얘기한다.

 나는 대학생 때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정답이라 생각했다. 이것들이 그저 현재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정치, 경제 체제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 시기가 꽤 늦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가 내게 그런 질문을, 현재의 경제 체제가 완벽하냐고 물어라도 봤다면 한 번쯤 고민은 해 봤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언제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고 인지부조화를 체험한 적이 있었다. 내가 배우고 알던 것들에 반론을 제기하는 주장이었고 꽤 흥미롭게 읽었으나 전문가의 도서 평은 좀 달랐다. 도서에서 제시하는 논문들의 실제 내용은 저자의 주장과 딴판이라는 얘기였는데 주장하는 글을 읽을 땐 흥분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을 때도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흥분하지 않고 필자의 얘기를 담담하게 들었다. 인용한 논문에 대해, 제시한 이론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완독 한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유튜브를 찾아보는 것인데 아무래도 한국에는 필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콘텐츠가 없는 듯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전하는 주장도 유해하거나 폭력적이진 않다. 앞 장에서의 신랄한 비판과 달리 경제 체제와 신자유주의를 교조적으로 신봉하지 말자는 결론이다. 그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교수의 입장이 난 되려 감동적이었다. 진정 세계 경제를 생각하는 분답다는 느낌을 받았던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혹했다고 보면 된다.

 6학년 사회 2학기에 경제에 대해 배우게 된다. 오늘부터 아마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자본주의는 완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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