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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l 11. 2023

:)

 꾸준함이 뭐 대순가. 내가 가장 꾸준하게 하는 일이 죽음을 생각하는 일인데.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처음으로 창문 앞에 서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친구의 부탁으로 여자 친구와 헤어졌던 날이었다. 창문 앞에서 그리 청승을 떨 거였으면 그다지도 친하지 않은 친구의 부탁을 왜 들어줬으며 울기는 왜 울었고 한강물 라면은 왜 꾸역꾸역 먹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고통이 두려웠지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면 어김없이 나는 창문을 열었다. 십이  창문을 열어 아래를 바라볼 때면 이상하게   떨어져도   있을 것만 같았다. 높지 않아 보여서, 추락사라는   존재하는지 체감할  없었다.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나이는 아니었고 바보도 아니었다. 한번 떨어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그러나 떨어질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고층에서 떨어지는   어디가 부러져 움직일  없는 상태로, 나를   무기력의 고통 에 가둬둘 것 같았다. 그런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라 달갑지 않은 결과를 마주할까 겁이 났다. 아버지의 트로피로써 언제나 유능해야 했던 나는 내가 바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더욱 무기력했을 .

 오늘도 어머니는 아버지 앞에서 무기력했던 자신에 대해 토로했고 나는 서른을 먹고도 가족 앞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 아프게 죽는 ' 대해 검색했더니 그래도 살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자리 숫자가 화면에 뜬다. 나는 정말  아프게 죽는  궁금한 거였는데. 1388 아무래도 좋았다.

 다소 쓸쓸했다. 누군가에게 말하고는 싶어서 글을 쓰긴 썼는데 응원이나 걱정이나 어떤 반응을 원한다기보단 굳이 따지자면 무관심. 삶이라는 게 생각했던 것만큼 조악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죽음을 더 단단하게 결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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