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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l 14. 2023

식욕의 비밀

여기에 피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 우리의 단백질 목표 섭취량이 높을수록, 그 목표에 다다르려면 음식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욕의 비밀-


 10년 전만 해도 서양과 동양에서 남성을 보는 기준이 확연히 달렀었다. 영국에서 지낼 때 우락부락하고 선이 굵은 남성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반면에 한국에선 마르고 선이 고운 남성이 인기가 있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무렵이 그때였으니 어언 8년 정도 운동을 한 셈이다.

 첫 4년은 헬스에 매진했다. 군 제대 후 주짓수로 종목을 바꿨고 이제 어엿한 4년 차다. 강산이 제 모습을 탈바꿈하려는 시점에 길거리를 둘러보면 한국에서도 너도나도 우락부락해지고 '머슬핏' 티셔츠가 발에 치인다. 나 또한 근육을 키울 목적은 아니지만 단백질 섭취에 여전히 열을 올리고 있는데 어느 날부턴가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힘든 게 한계에 다다랐나 싶다. 과유불급이다.


 본 도서는 실험을 시작한 계기, 과정, 결과를 이야기처럼 서술하는데 흥미로운 사실이 많았다. 주제를 전달하기까지 여정이 길었고 나는 그 과정을 마지막 장보다 더욱 즐겼던 것 같다. 결국 핵심은 이랬다. 서적에서 말하길 영양 섭취의 비율이 있는데 어떤 영양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단백질이라고 했다. 저자는 '단백질 식욕'이라고 표현했는데, 적정한 양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식욕이 줄어들고 식사가 끝난다는 말이다. 모든 식품에는 어느 정도 영양소가 골고루 저장돼 있으니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 사람의 경우 다른 식품으로 단백질을 채우려 하며 이를 방해하는 초가공식품의 등장으로 비만 문제가 대두됐다 주장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건강한 신체를 위해서 지켜야 할 사항은 새로울 건 없었다. 많이 가공되지 않은 식품들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잡곡,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생선, 육류, 콩 외에 중요한 것, 섬유질. 듣기만 해도 맛이 없으나 건강한 삶(단순히 장수하는 게 아니라 무병)을 위해선 초가공식품을 줄여야 한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가공육, 통조림 등이 이에 속하고 23년 들어서는 레디메이드도 리스트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내 식단을 반성해 보자. 우선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10시 반에 검은콩, 귀리, 견과류에 꿀을 넣고 우유와 간 선식을 먹는다. 점심은 학교 급식이니 복에 겨운 식단이나 밥은 잘 받지 않고 닭가슴살이나(직접 구운 것) 참치를(통조림) 들고 와 먹는다. 2시 반에 계란을 세 개 정도 먹고 퇴근 후 저녁을 먹는다. 저녁으로 샐러드나 고구마를 먹는 편이니 섬유질도 꽤 섭취한다. 저탄고단 식단, 책에선 번식력을 높여주나 단명하는 식단이라 했다. 장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이렇게 살다 일찍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장수가 목표인 사람들은 단백질 12~13g 섭취를 목표로 고탄저단 식단을 짜면 된다. 물론 탄수화물은 정제되거나 가공되지 않은, 잡곡, 섬유질이어야 한다.


 너도나도 팬티   걸치고 프로필 사진 찍는  열풍이다. 8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 '여가' 대한 가치가 이동했고 보기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다들 노력한다. [식욕의 비밀]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진 않았으나  무리한 근육 성장 또한 기이한 식단을 야기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깡마른 44 모델을 원하는 것과 외형만 달라졌지 극한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나도 이 기행을 멈추고 싶다. '주짓수' 자체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어느 샌가 자리잡은,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강박을 쉽사리 없앨 수가 없다. 부디 다음 10년에는 팬티 한 장 걸치고 찍는 몸짱 프로필 사진이 유행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좀 불룩해도 균형잡힌 식단 먹기가 유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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