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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Aug 12. 2023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인류는 10대, 그것도 술을 마시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앞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를 돌며 속도를 올리는 10대다.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20년 전,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날씨가 이렇지 않았다. 4계절이 뚜렷했고 나는 가을을 사랑했다. 급격한 온도 변화로 세계는 자꾸만 더워지고 재해가 끊이질 않는데 일각에선 온난화가 호들갑이라는 사람이 여전하다. 반면에 나는 자꾸만 지구가 곧 멸망할 것만 같다. 구태여 아이를 출산해 덥고 춥기만 한 지구에서 마실 물 없이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는 목사님의 설교도 한몫 거든다.

 과거에 발생한 사건에 '만약에'를 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은, 만약 화석 연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영화나 미디어에선 21세기 이전의 모든 문명을 미개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말지만 아주 지극히 21세기인의 시점이다. 2023년에도 여전히 불행은 존재하고 문제는 더 불거졌다. '개인'의 폭발적인 등장으로 여기저기 아픈 사람들 목소리까지 수용하다 보니 '왕의 DNA'가 나오질 않나 칼부림이 일어나질 않나. 뉴스에 소개되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종의 종말이 코앞이라는 의견을 굳건히 다진다.


 그러나 저자는 아직 인간이 살 날이 어마어마하다고 예견한다. 인간은 겨우 몇 천 년을 살았을 뿐 포유류 관점에서 봤을 때 아직 만 년은 더 살 수 있다. 저자는 현존하는 인류가 약 5세 정도라 여긴다. 과학의 발달로 인구는 점점 증가했고 앞으로 더 발전한다고 가정하면 60억 및 과거에 살았던 모든 인류의 총합은 앞으로 살 사람들에 비해 한없이 작고 작은 수다. 따라서 우리의 선택이 현재의 편안함만을 강조해선 안 된다는 게 책의 요지다.

 저자는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는 다양한 위협을 열거한다. 끝없는 가정과 자료 및 논문을 활용해 핵전쟁은 이렇고, 지구 온난화는 저렇고, AI는 그렇다고 얘기하는데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미래를 대비하자는 말에 철학을 더하니 머리가 지끈하기도.


 책의 초입에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빌더링을 하기 전에 나는 떨어져서 죽을 확률이 없고, 따라서 걱정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내가 떨어져서 죽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라, 가능성이 충분히 낮지 않았고 죽음이라는 것이 대단히 나빠서 아주 작은 가능성도 피해야 할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멸종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대비하는 게 손 놓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인류나 세계에 별 애착이 있지는 않다만 우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앞으로 태어났어야 할 수십 억 자손을 죽음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세계 및 각 나라의 정책 변화가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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