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yu Jul 31. 2023

남성 해방

그런데 이처럼 남성에게 섹스와 젠더가 보이지 않는 것은, 백인한테서 피부색이 보이지 않고, 이성애자에게 성적 지향이 보이지 않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
-남성 해방-


 "너 카톡 답장 빠른 거 보니까 일 중이구나."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벌어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이 일이다. 그 속에서 비전을 발견하고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직장일 것이고 나는 교실에서 종종 그런 감정을 느끼곤 한다. 물론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내향형 인간이 20명 넘는 인간에게 둘러싸여 관심을 독차지하는 건 치명적이다.

 윤 대통령이 얼마 전 노동 시간 69시간을 주장했을 때도 재야가 뜨거웠다. 공분을 샀던 터라 지금은 그 말이 쏙 들어간 것 같은데 모르긴 몰라도 반기는 사람은 없었던 듯하다. Work와 Life의 Balance가 더없이 중요한 요즘에 주 4일제를 진행해도 모자랄 판에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을 제시하다니,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지금은 연락하지 않지만 중학교 친구 중 이런 말을 했던 친구가 있었다.

 "남성 취업률이 더 높고 임금이 더 높은 이유는 출산해야 하는 여성보다 본사에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창 페미니즘과 여성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그 친구가 얘기한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딘가 불편하게 들리는 건 확실한데 콕 짚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할 뿐, 나는 입을 닫아야 했다.

 노동 69시간을 반대했던 맥락에서 보면 결국 '나는 회사에 더 도움이 되는 인력이야'라는 선언은 노예근성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박스 안에 남성이 더 알맞았을 뿐, 그 사실에 남성은 자랑스러워할 게 아니라 탄식해야 했다. 여성이 더 많은 직장을 상상해 보라. 출산 및 육아로 여성이 휴직을 사용하면(물론 육아는 같이해야 하는 것이지만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직장에서 육아 휴직 사용 및 복직이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결국 여성 노동자가 적기 때문이 아닐까) 남성도 마찬가지로 같은 권리를 주장할 것이고 모두의 평균 노동 시간이 줄텐데. 결국 기득권이 남성 여성 프레임을 만들어 싸움을 붙여 놓았는데 거기에 홀랑 넘어간 꼴을 면하지 못했다.


 본 서적에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프레임이 페미니즘의 큰 적이라고 보는 듯하다. 남자와 여자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모든 남성, 모든 여성은 비슷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남성은 같을 수 없다(여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은 남성적이어야 한다는 틀 안에 갇혀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마찬가지로 여성도). 우리편 편향, 집단 착각과 비슷한 맥락이다. 남자는 울면 안 돼, 남자는 세심하지 않아, 남자는 말보다는 주먹이야 등 어떤 합의 하에 만들어졌는지 모를 다양한 'Must be'가 남성을 옥죄고 있다. 어릴 때부터 듣고 보고 자랐던 말들에 '남성' 프레임을 짜고 그 속에 진짜 나는 괴로워하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 봐야 한다.

 저자는 남성이 해방돼야 진정한 평등이 만들어질 거라 확신한다. 가부장제도 아래에 만들어진 사회의 틀을 깨 나가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변화에 따른 위험이라고 보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호사도(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누군가의 희생과 피 없이 이루어진 게 있었던가. 서적에 적힌 내용을 모두 긍정하지는 않지만 그가 전하고자 했던 본질은 동의한다.


 독립운동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글로 함께한 분, 무기로 함께한 분 등 각자가 느끼기에 옳은 대로 행동했다. 민주주의를 이륙하기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였을 테고. 페미니즘도 1에서 10까지의 정도가 있을 텐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해가 되는 사상은 아니다. 평등, 인권, 존중. 세 가지를 모두가 고르게 가졌으면 하는 게 페미니즘이니까.

 어김없이 말하지만 위의 세 가지는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우리가 동등하게 나눠가질 수 있다. 지긋지긋한 남성 여성 대결 구도는 접어두고 대화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데일 카네기 자기 관리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