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yu Sep 18. 2023

종의 기원

우리는 왜 자연이 혁신에 대해서는 인색하지만 다양성에 대해서는 너그러운지를 명백히 알 수 있다.
-종의 기원-


 고전 영화를 보면 전문가의 평이나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스타워즈의 기발함이나 식스센스의 반전(영화 일자무식이다)이 그렇게 경탄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다 군대 때 한 선임이 말하길,

 "그 영화가 나왔던 시대를 떠올려 봐. 얼마나 놀라웠겠어!"

 휴대폰도 없던 시절에 펼쳐진 우주 전쟁이 어찌 재미가 없었으랴. 배경도 배경이지만 '내가 네 아버지다' 같은 명대사, 이제는 별 시답지 않은 반전이나 클리셰가 돼 버린 말은 신선함 그 자체였을 테지.

 우리에게 당연한 과학적 발견들이 당시에 얼마나 과격한 주장이었을지 생각해 보면 다윈의 족적 또한 과히 혁명적이다. 영국 국교의 사상을 거스르는 자연 선택론은 코웃음이나 비웃음 사기에 딱 좋은 주장이었다. 다윈의 주장은 기독교가 말하는 창조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고 인간의 격이 순식간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전능자의 자녀에서 원숭이의 후손이 된 인간을 누가 반겼을까. 또, 그 저서의 두께 또한 공격적이긴 하다. 600쪽이 넘는데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쓴 책이라니, 서울대를 졸업한 국어과 교수님의 강의가 생각났다.


 스타워즈나 식스센스처럼 고등 교육 시간에 배웠던 자연 선택론을 '종의 기원'으로 다시 접한들 무슨 새로운  있을까 반문했던 나는 다윈의 깊고 넓은 학문적 들이에 감탄했다. 하나의 현상에서 꼬리를 무는 질문들과 다윈 나름의 해답. 타인의 관찰을 인용해  해답에 타당성을 불어넣은 다윈.  학문은 최재천 교수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만능이라 칭했다. 생명 분야에서 새롭게 발견한 모든  다윈의 저서에 있다는데 사실 나는 읽으면서도  줄기 외에 세심한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기에 최재천 교수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싶다.

 생명이 그런 것처럼 인간의 문화도 종의 탄생과 멸절을 닮았던 거 같다. 기성세대가 강조하는 문화와 덕목이 있다면 새로운 세대는 다른 가치관을 추구하며 살았다. X세대. 호기롭고 싹수없기로 유명했던 이모 삼촌들의 명대사가 있다면,

 "이러케 이브면 기부니 조크든요."

  사이에 껴버린 세대는  존재 자체가 희미했고 기성세대에겐 부려먹기 좋은 부하로, 새로운 새대에겐 답답하지만  만만한 상사로 기억됐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기존의 기성세대는 명을 달리하고 X 세대가  소비층이 되며 주류 문화로 자리 았다. 끼인 세대는 자연스럽게 X 세대와 같은 취급을 받았다.   전까지만 해도  구분이 확실했다. 그만큼 갈등도 단순했다.

 어느 날부터 90년대생이 온다며 호들갑 떨던 사람들은 MZ 앞에 맥을  추리고 온갖 진상들의 출현으로 머리가 어질하다. 생태계 교란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나는 응답하라 2002 말이 돼도 2020이나 2023 등의 시리즈가 나오는 데에는 회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람들이 하는  과거 회상, 챌린지 외에는 혐오, 양극화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다양성에 너그럽다는데  다양성을 해치기 바쁜 인간 문화자연스럽지 못하다.


 책을 덮으며 중학생 1학년 때 제거했던 내 맹장이 떠올랐다. 인간에게 쓸모없는 기관이라는데 맹장이 없는 인류가 탄생할 수 있을까? 맹장이 없는 인류라면 현존하는 인간과는 다른 종인 걸까? 아무튼 맹장이 있는 사람들이 멸절하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져 맹장이 있는 인간끼리 교배해야 할 텐데 의술의 발달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혹은 성선택으로, 여성이 말하길

 " 맹장이 선천적으로 없는 남성에게 끌려요."

  돼야 하는 건데 그런  또한 없겠지. 맹장처럼 양극화나 혐오가 사라지는 일도 허무맹랑한 상상에 그치고 말까? 교실이 붕괴되는 현실  교사지만 여전히 35 남짓의 보호자는 멀쩡하다고 믿기에 희망을 걸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나, 마들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