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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Sep 14. 2023

나, 나, 마들렌

기도라고 치면 신에게 당신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도 같단 말이죠.
-나, 나, 마들렌-


 처음 읽었던 단편집은 '비행운'이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덮고 김애란 씨에게 빠진 나는 그녀의 다른 책을 사서 읽었다. 부끄럽지만 책 두께를 보나 표지를 보나 단편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그랬다면 난 만 얼마를 아까워하며 그녀의 차기작을 기다렸을 것이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나는 첫 단편 소설을 중학생 때 읽었다. 아버지 성화에 못 이겨 '운수 좋은 날'을 들었는데 그땐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수능공부를 시작하며 단편 소설은 금세 분석대상이 됐고 잘 알지도 못하는 상징들로 가득한 지루한 활자의 나열이 됐다. 단편 소설에 맛을 들인 건 올해였다. 어떤 소설가가 티브이에 나와 말하길 소설이란 게 꼭 교훈이 있는 게 아니라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읽어야 하는 거라 했다. 그러곤 몇 작을 더 읽었지만 여전히 단편 소설은 과히 어려운 학문과도 같았다. 나는 내 속을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낙서라고 느끼는데, 단편 소설은 더 복잡한 남의 속을 글로 옮겨둔 번역본이었다. 그러다 이상 문학상 당선작이라든가 문집의 당선작을 읽던 어느 날, 8천 자 남짓 한글이 낱말로 장면으로 이야기로 들렸다. 내가 느낀 단편 소설은 그랬다. 가성비 좋은 감정 해갈집이었다.


 박서련 씨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이상 문학상 당선집이었고 굉장히 기발하다 느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동일한 제목의 책이 보였고 단숨에 단편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첫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총 7선을 읽으며 다양한 인물을 만났다. 각 작품의 등장인물은 다양했고 작가의 경험치나 배경지식이 얼마나 풍부할지 가늠 되지 않았다. 적혀 있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 아닐지언정 꽤 설득력 있게 들렸고 나는 7세계에서 몇 시간 동안 감성에 젖어 있었다.


 확실히 소설은 비문학과 차이가 있다. 근래에 '편향'에 꽂혀 관련된 저서를 많이 읽었는데 삶이 좀 퍽퍽하게 느껴졌다. 장편 소설을 고르자니 도전하기 겁이 났고 고전을 꼽자니 또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고전은 꼭 밑줄 치며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무게라. 반대로 단편은 한 작품 감상에 30분이면 족하고 다양한 작품이 있으니 완독 하지 않아도 찝찝함이 덜하다. 그런 마음이라면, 좋은 단편집을 찾고 있다면 나, 나, 마들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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