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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Nov 01. 2024

피크아웃 코리아

이를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작은 재해가 29회는 발생한다는 것이며, 나아가 그 이전에 300회 이상의 자잘한 문젯거리들이 이미 누적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피크아웃 코리아-


 영국에 있을 때 다양한 국가의 친구와 집을 공유했다. 가든파티를 할 때도 있었고 함께 음식을 나누거나 시간을 보내는 등 국경을 넘은 우정이었다. 가끔 정치 얘기를 깊게 하기도 했는데 서로의 빈약한 어휘가 걸림돌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린 각국의 정치가 얼마나 암담한지 표현할 수는 있었다. 그것이 손짓이 됐든 발짓이 됐든. 영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비슷했다. 영국 정치가 얼마나 답답한지, 한때 세계를 평정했던 영국이 어떻게 저물게 됐으며 어떤 점이 문제인지 토로했다. 바야흐로 글로벌한 불행 대결이 3층짜리 집에서 펼쳐졌다고 볼 수 있다.

 治. 정사 정에 다스릴 치 자를 쓰는 정치. 가만 보고 있으면 주객전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인간이 정사를 다스리는 게 아니라 정사가 인간을 휘두르는 주체가 되었다. 더욱이나 정치를 한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비생산적인 다툼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정사가 인간을 만만하게 보는 행태가 당연할 수밖에.


 '피크아웃 코리아'에서는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교육, 의료, 경제, 국방, 인구, 갈등 등의 문제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해석해 보고 그 발생 원인을 추론한다. 교육계에 몸 담고 있으며 의료 종사자와 깊은 친분이 있는 나로서는 저자의 얘기가 거북하게 들리지 않았다. 또 인구나 경제에 대한 분석도 근래에 읽은 도서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갔다.

 '피크아웃 코리아'에서 저자는 말한다. 저금리 시대에 한탕 친 몇몇 국민은 같은 내용으로 똑같은 기적이 찾아올 것이라 기대한다. 일본도 그랬다. 그리고 잃어버린 30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적을(저금리) 기다리기만 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개혁할 것인지. 대한민국 짬밥이 40년이 채 안 되는 나지만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선택이 후자일리 없다고 본다. 그러면 결국 대한민국은 잃어버린 N 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최근 주택 구입에 대한 시름이 깊어졌다. 부동산에 대해 물을 곳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뿐이나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코로나 시국에 부동산 호재를 맞본 사람이라 그런지 무리해서라도 입지 좋은 곳을 구입하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은 아니다만 삶의 질이 팍팍해질 양임은 확실한데 4억이 넘는 아파트를 사는 게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 없다.

 어느 때건 각 세대가 맞이하는 문제는 있었다. 전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내가 느끼기에 10년 전과 지금은 또 다른 크기의 문제로 세상이 혼잡스럽다. 혼란스러운 정사 속에서 내 선택에 합당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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