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상력과 연민, 특히 우리의 지성이 어떻게 도덕덕 통찰력과 도덕적 진보를 가져와 우리를 그저 아기가 아닌 그 이상의 존재로 만들었는지 들여다볼 것이다.
-선악의 기원-
올해 인상 깊게 읽었던 도서를 상기해 보면 과학 서적이 많다. 생물학, 특히 진화나 발달을 주제로 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종의 기원, 침팬지 폴리틱스 그리고 각 분야별로 과학을 쉽게 전달하는 서적까지. 선악의 기원도 그 연장선에 있는 도서다.
성선설과 성악설. 끝나지 않는 인문학적, 철학적, 종교적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은 선도 악도 아닌 존재로 태어난다고 본다. 인간은 그저 생존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결핍은 피할 수 없다. 개인이 그 결핍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결론을 얻는지에 따라 생각과 행동은 습관이 된다. 그 습관을 사회적 잣대로 판단하는 게 선과 악 아닐까.
저자는 선과 악 더 크게는 도덕이라는 관념을 과학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도덕적 자질에 네 가지가 있다고 본다. 도덕감각, 공감과 연민, 초보적인 공정심, 초보적인 정의감. 이 네 가지 도덕적 자질은 태어날 때부터 갖춰진 것인지, 즉 DNA에 새겨진 것인지 혹은 사회화로 만들어진 것인지 탐구한다. 정제된 환경에서 아기와(갓난아기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실험을 이어나가는데 실험 결과가 꽤 흥미롭다. 1-4장은 아기와 그 실험에서 비롯한 도덕적 자질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고 5-7장은 범위를 넓혀 도덕에 관해 심사숙고하게 한다.
사실 책을 읽으며 5장부터 길을 잃었다. 학자가 너무 다양하게 나오는 바람에 누가 누군지, 또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한 흐름에 읽지 않고 여러 번 나눠 읽은 탓도 큰 듯하다. 다시 한번 정독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은 같은 저자가 쓴 공감의 배신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선악의 기원 다음에 쓴 책인 듯한데 1-7장에서 다루고자 했던 내용을 다른 주제로 쓴 듯하다. 공감의 배신을 완독 한 뒤 선악의 기원을 다시 한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