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웃는 장례식

2022 원북원부산

by Gyu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모두 웃는 장례식-

황순원 씨의 대표작 '소나기'에서 도라지꽃이 가지는 의미는 죽음이다. 학창 시절에 외웠는데 그게 적잖이 인상 깊었나 보다. 어디서 도라지꽃을 보든 '소나기'의 소녀가 생각나는 지경이니 말이다. [모두 웃는 장례식]에서 할머니 한복에 핀 도라지꽃을 보면서도 '소나기' 생각이 났다.

나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7살 때였다.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어머니와 추풍령으로 가야 했다. 나와 누나는 멋도 모르고 엄마를 따라갔다. 시골에서 꽤 오랜 시간을 할아버지와 살았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은 숨을 거두시기 몇 시간 전의 모습이었다. 하얀 이불을 덮고 누워계신 할아버지가 나에게 손을 뻗으시며 내 손을 잡기를 원하셨다. 여기서부터 내 기억은 조작됐다.

내가 기억하기로 나는 당시 너무 무서웠다. 엄하고 무표정하기만 하셨던지라 여전히 강한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 뒤에 숨어 엉덩이를 있는데로 빼고는 잡아드려라는 어른들의 말에 저항했다.

내 기억은 위와 같은데 우연한 기회에 엄마와 얘기를 나누며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다.

"어린 게 뭘 알긴 아는 건지, 할아버지가 손을 뻗어 네 손을 잡았는데 네가 할아버지 옆에서 서럽게 울더라. 아주 오래."

눈물 한 방울 흘려드리지 못한 게 후회로 남았었는데 진실을 알고 스스로가 대견했다.


생전 장례식.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소재인 건 분명하나 6학년 학생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의미가 새로웠다. 잘 죽는 것. 그건 잘 헤어짐처럼 역설적인 말이지만 누구나 원하는 마지막의 모습이었다. 죽거나 헤어지고 난 뒤의 찌꺼기는 항상 남겨진 사람의 몫이었다. 그렇기에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은 남은 가족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떠나보내는 과정을 일찌감치 겪으며 그 대상을 만질 수 있고 그 대상과 얘기할 수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축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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