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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Jul 03. 2022

오백 년째 열다섯

'나는 교사다' 서포터즈 1기, 위즈덤하우스

 6학년 졸업식이 다가오게 되면 선생님은 중학생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해준다. 겁먹고 잔뜩 움츠려 있지 말라는 의미에서 해주는 말이지만 진심이기도 하다. 중학교는 남녀 공학이었고 말이 많은 나에게 여학생들이란 둘도 없는 좋은 친구였다. 오히려 남자들이 득실되던 고등학교에는 담소를 나눌 친구가 가물어 미드에 빠져있었다. [오백 년째 열다섯] 빨리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도 내가 사랑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매력적인 K 판타지라는 소개가 큼지막하게 쓰여져 있었다.  알고 있는 여러 가지 동화와 신화들을 재미있게 엮으며 이야기를 전개해  편의 웹툰을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세월이라도 500년을 반복해서 산다면 주인공 가을처럼 공허할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교사에게 학교가까이서 보면 매일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반복이다. 패턴이 정해져 있어서 지겨울 때가 많다. 초등학교에서 4 일한 나도 학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데 500년이면 논문을 하나 써도 썼다. [오백 년째 열다섯] 그런 가을에게 나타난 신우와의 기억 그리고 가을이 당면해야 하는 비밀들을 함께 공유할  있는 시간이었다.   


 여우나 호랑이가 등장하는 다양한 전래 동화가 나에게는 익숙해서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 학생들이 읽을 때도 똑같이 느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독서량이 많이 줄어 전래 동화를 모르는 학생들이 예상보다 많다. 작가도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지 전래 동화에 대한 부연 설명이 짧게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전래 동화때문에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던  사실이다. 번역본을 읽다보면 주석이 달려 있듯 부연 설명을 주석으로 처리하고 사건의 흐름과 인물의 감정에 집중했다면 필시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게  작품의 매력이고 장점이기도 하다. 우리 신화와 동화를 활용해 K 판타지를 구현하려고 애썼다는  자체가 의미있다. 그저 나의 취향이 아니었을 뿐이다.


 불면증이 불시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임용 스터디원   명이  증상을 호소하며 피곤한 몰골로 종종 등장했었는데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 , 까짓것 대충  자면 그만이라고 불면하는 새벽  읽으려고  2권을 샀고    권이 '한복 입은 남자'였다.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장영실과 다빈치를 이렇게 엮는다고?' 감탄하며 정독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 장영실과 다빈치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했다면 책에 대한 재미가 줄었을 것이다.


 모두의 베스트 셀러가 나의 베스트 셀러일 수는 없다. 여러 면에서 뛰어난 책이나 예상 독자가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 저학년을 위한 거였다면 나에게 안 맞을 수 있다. 다른 말로 [오백 년째 열다섯]이 당신의 베스트 셀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니 구미가 당긴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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