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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귤 Oct 30. 2016

떨어진 별

소년

태양이 내려간 하늘은 까맣고, 별과 달은 구름에 가려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별을 닮은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비를 피해 사람들이 잠든 새벽녘. 서늘한 공원에 홀로 앉아 하늘을 보며 비를 맞는 소년이 있었다. 날씨를 닮은 우중충한 열굴을 띈 소년. 소년은 거세게 내리는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우산 없이 당당히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출이 시작될 때쯤. 그는 공원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도 비는 거세게 내리고 있었고, 높은 곳이라 그런지 비가 조금 더 따갑게 느껴졌다.

아프다. 몇 시간 만에 소년이 뱉은 첫마디였다. 세게 내리치는 비가 아픈 건지, 원래 몸이 안 좋은 건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가 아픈지는 알 수 없지만, 소년의 일그러진 표정이 얼마나 아픈지 알게 했다.

소년은 가슴에 잠시 손을 얹고, 몸을 웅크렸다가 다시 일어나 난간으로 걸어가 난간 끝에 섰다.

비를 맞으며 작은 소리를 내는 차들이 작게 보이고, 인공적으로 만든 울창한 것 같던 나무들도 초라하게 보였다. 소년은 그것들이 싫지 않았다. 자기와 같다고 느낀 걸까. 오히려 그것들을 보며 짧은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금 일그러진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제 발을 내딛을 시간이야."

그는 자신에게 소리 내어 말했다.

"아플 거야, 아프겠지 하지만 괜찮을 거야."

물기에 젖어 울고 있는지 안 울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목소리에 울먹거림이 느껴졌다.

"이게 내가 하는 마지막 거짓말이 되기를"

소년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허공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지상으로 떨어졌다.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이제 안 아플 거야"라고 혼잣말을 반복하며 그렇게 하나의 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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