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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귤 Dec 06. 2016

소년 + 별

    늦은 밤, 소년은 침대에 누워 자기 위해 눈을 감고 있었지만, 쉽게 잠에 빠져들지 못하고 있었다. 잠이 쉽게 오지 않자 소년은 괜히 신경질이 났다. 그래서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집 앞 공원으로 나섰다.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공원은 조용하기만 했다. 소년은 습관처럼 큰 고목 밑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그리곤 고갤 들어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소년이 살고 있는 곳은 나름 이름 있는 도시였기 때문에 밤에 별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소년에 눈에 보기 힘든 그 별들이 셀 수 없을 만큼 수놓아진 밤하늘이 보였다. 소년은 ‘내가 이 밤하늘을 만나기 위해 잠을 못 이루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올려다본 밤하늘이라 그런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비록 소년이 좋아하는 달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빈자리를 가득 메운 별들을 보니 위로가 되었다. 소년은 기지개를 켜고 자세를 바꿔 벤치에 누웠다. 벤치에 눕자 왠지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별 다른 장애물 없이 수많은 별들이 눈 안 가득 차자, 소년은 땅과 하늘의 구분이 사라져 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몸을 누르고 있던 중력마저 희미해져 마치 우주에 두둥실 떠 있는 느낌이었다. 소년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기분이 묘해졌다. 거대한 우주 속에 혼자 있는 느낌이지만 외롭진 않은 그런 기분. 소년은 그 알 수 없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소년은 한참 동안 밤하늘을 보며 우주 속을 떠 다녔다.

    

    소년은 집에 돌아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쌀쌀한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주여행이 힘들었던 건지 잘 알 순 없지만, 소년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날 소년은 꿈을 꿨다. 광활한 우주 속을 홀로 둥둥 떠다니는 꿈. 아름다운 별들과 은하수가 가득한 꿈을.

    

    그날 이후 소년은 잠이 안 오는 밤이면 공원으로 나갔다. 다시 그런 밤하늘을 만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소년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수많은 별들이 없어도, 소년에겐 적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별들이 있었고, 은은하게 소년을 밝혀주는 달이 있기에 마음을 달래기 충분했다. 

    

    소년은 아직도 잠이 안 오는 밤이면 별과 달이 밝히는 밤하늘 밑에 누워 우주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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