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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곰 Feb 18. 2022

바쁘지만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진다면

전업맘의 시간관리



전업맘의 일상은 여유 있게 보낸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바쁘게 보낸다면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구태여 시간을 관리하지 않아도 할 일은 늘 똑같다고 느껴진다. 매일 아이를 케어하며 삼시세끼 챙기고 집안을 정리하는 일상. 하지만 아이와의 시간을 선택해 집안의 일에 올인하고 있는 전업맘이야말로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아이가 6 , 아이 책을 사기 위해 뒤적거리던 블로그에서 우연히 시간 기록에 대해 알게 됐다. 다이어리 같은 종이에 시간을 나누어 내가 하루에  했는지 적어놓은 노트였는데 왠지 나와는 다르게 열심히 살고 있는  보였다.  시기의  시간은 온통 아이 위주였다. 아이를  먹이고  돌보고,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를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도 전업맘 같은데  달라보였다.


조금 찾아보니 '3P 바인더'라는 다이어리였다. 나도 한 번 시간이라는 걸 계획 해보고 싶었다. 우선 사용법이 나와있는 책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을 당장 사서 무작정 따라 하기 시작했다. 밑줄을 긋고 책 귀퉁이를 접어가며 부지런히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시간관리라는 게 단순히 하루 일정과 할 일을 계획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를 계획하는 것보다 인생 전체의 목표를 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 인생의 목표?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생각해보니 지금껏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거다. 맙소사.




나의 목표는


인생 계획표를 앞에 두고 멍하니 바라봤다. 뭘 써야 하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 걸까. 뿌옇게 끼인 안갯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 검색했다. 모르면 배우면 되니까. 누군가는 나처럼 고민했겠지.

블로그를 열심히 뒤지고 목표 관련 책도 읽어가며 다른 사람의 인생 목표와 1년 목표를 컨닝했다. 그렇게 간신히 내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처음 내가 세운 목표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찾기’였다.


그래.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지금까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직장 상사가 시키는 대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살았다. 전업주부가 되면서는 그나마 다니던 일조차 그만두게 되니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겉으로는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큰소리 펑펑 치고 다녔지만 속으로는 경제 활동을 못한다는 생각에 떨어지는 자존감을 억지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돈을 벌고 싶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내 돈을 쓰고 싶었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8시간 풀 근무를 하기에는 아이가 걸렸다. 주변에 도움받을 곳이라고는 1도 없는 상황이라 육아 또한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다시 시작하는 일이라면 내가 좋아하고 그래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돈을 위해 억지로 버티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 찾기'와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목표가 됐다.




시간 관리 방법


내가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은 대략 이렇다.


1.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것을 바탕으로 목표를 세운다.

2. 목표를 위해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본다.

3. ‘5년 -> 1년 -> 6개월 -> 3개월 -> 1개월 -> 1일’로 나누어 할 수 있는 양을 계획한다(역산 스케줄링).

4. 현재 무엇에 내 시간을 쓰고 있는지 시간을 써본다.

5. 목표를 위해 쓰고 싶은 시간을 생각해본다.


시간관리의 핵심은 ‘목표 세우기’와 ‘역산 스케줄링’이다. 일단 목표를 세웠다면 그것에 시간을 쓰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을 돕기 위해 더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이 '역산 스케줄링'이다. 목표를 위해 매일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시간관리란 결국 내가 쓸 수 있는 ‘가용시간’을 파악하고 ‘목표’를 위해 쓰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계획해도 중간중간 계속 변하기도 . 1년에 100권을 읽기로 했던 책은 50 밖에  읽었고 계획했던 자격증은 흐지부지 됐다. 의욕 뿜뿜으로 결제했던 강의들도 듣기만 하고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해 돈만 날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시간을 만들면서 내가   있는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 여전히 나에게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흐르는 대로 살다가 목표를 생각하고 사는 삶은 다르다. 이는 전업맘으로 살면서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올리는데도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고 난 후, 커피숍에 앉아 비슷한 상황의 엄마들과 묵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같은 시간을 내 목표를 위해 쓰면 점점 내가 달라진다. 오늘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뿌듯함과 나는 정체되어 있지 않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분명 더 노력하고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는데 뭘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느냐는 얘기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과거의 나보다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좋은 직장도 아닌 평범한 중소기업 사무직이던 사람이, 그나마 있던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경력을 잇고 싶지도 않은 전업맘이,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을 천천히 써보려고 한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약간의 공감으로 오늘이 위안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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