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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곰 Feb 26. 2022

소비 요정이지만 투자하고 있습니다

전업맘의 경제공부




자기계발을 시작하고 나니 온라인 모임이 종류별로 꽤 있었다. 목표도 세웠겠다 열정이 샘솟을 때 노를 저어보고자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모임원들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돈에도 관심이 갔다. 다들 어쩜 그렇게 돈을 잘 모으고 앞으로의 노후 계획까지 착착 세워놓으셨는지. 돈에 대해서도 개념이 1은 커녕 0도 없던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나의 경제 상황은 남편이 벌어오는 300만원 남짓의 월급을 적다고 투덜대며 몽땅 쓰고 있었다. 이 적은 월급으로 마이너스 통장의 손을 빌리지 않고 세 식구가 먹고 쓰고 있으니 남편에게 나 잘하고 있다고 어필하기도 했다. 사실 월급으로 모자라 일을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을 1년 동안 야금야금 다 쓰고 있었다. 어느 날 퇴직금 잔고가 바닥이 난 걸 보고서야 정신 차려야지 싶었지만 그래도 결제를 누르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인생 목표를 세우고 나니 정말 이렇게 살다간 내 노후도 제대로 준비 못하고 아이한테 짐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은퇴시점을 60세로 잡고 30년(100세 시대지만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진 않다)을 일없이 여유를 즐기며 살고 싶다면 최소한 8억의 돈이 필요하다. 물가 상승률을 포함하면 12억이다. 이 돈,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내가 막연히 꿈꾸던 노후, 시골에서 책 읽으며 글을 쓰고 맘 내킬 때 유유자적 여행을 다니는 일은 어림도 없었다.


이 참에 가계부부터 제대로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부끄럽지만 고정지출이 얼마인지, 한 달 외식비로 얼마나 쓰는지도 몰랐던게 나다. 있는대로 쓰고 없어도 썼다. 그리고 카드값을 입금할 때면 허덕였다.


일단 무작정 책을 읽었다. 그리고 따라했다.(지금 돌이켜보면 좋아보이는걸 따라하는건 참 잘한다.) <엄마의 돈공부>, <부자언니 부자연습>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3개월치 카드 내역서를 뽑아 지출 내역을 정리했다. 항목을 너무 세분화하지는 않았다. 복잡해지면 하다 마는게 일상이라 이번에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지출내역을 정리하고 나서 수입에 맞게 예산을 잡았다. 그리고 나서 줄일 곳을 찾았다. 고정지출은 왜 그렇게 줄일데가 없는지. 재테크 책에서는 고정지출을 잡으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세상 줄일 것이 없었다. 생활비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10%를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솔직히 안될 줄 알았다. 소비요정인 내가 생활비를 줄이다니. 밤에 남편과 먹는 맥주 한캔(야식이 반드시 추가되는)의 행복을 포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이제 달라졌으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노후는 책을 읽으며 보내고 여행 다니며 보낼거니까. 남편에게도 선언했다. 생활비 줄일테니 이제 야식은 먹고 싶은 사람이 사는거다, 외식도 최대한 줄일테니까 먹고 싶으면 당신이 사라고.(대신 내가 부지런해져야 했지만.)


마음먹고 시작하니 정말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가계부를 정리하고 두 달 적응 기간을 거치고 내 손에 들어왔던 40만원. 세상에. 나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라니. 감격스러웠다. 나도 돈을 덜 쓸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그동안 돈 얘기만 하면 가슴이 답답했던 것도 사라졌다. 모임에서 '이번 달 생활비 얼만큼 나갔다' 이런 얘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위축됐다. 그동안 내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가는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면서도 마음잡고 관리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젠 최소한 내 돈 앞에 당당하다.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투자 공부도 같이 시작했다. 조금만 공부해도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투자 안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 공부가 조금 덜 쓰고 조금 더 모으는 것에 강력한 동기가 됐다. 차곡차곡 종잣돈을 모으고 그 돈을 잘 불려 노후에는 주식으로 배당금으로만 생활하기, 얼마나 멋진가.


돈 공부와 경제 공부를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 밝아졌다. 코스피가 뭔지도 모르던 내가 무작정 경제 신문을 신청하고 경제 기초 관련 책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신문과 뉴스의 경제 얘기가 남의 세상 얘기처럼 들렸는데 이젠 내 세상의 얘기로 보인다. 글로벌 글로벌 하는 이유도 알게 됐다. 세계가 돈으로 묶여 있었다.




소비요정에서 투자로 노후 준비를 하기까지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나를 끌어준 것은 나이가 들었을 때 아이에게 짐이 되고 내 힘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목표였다. 지금 시대에서는 누구나 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아이에게 독립자금만 떼어주고 나머지는 내 노후를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그러니 여러분, 엄마인 우리가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해요. 미래를 위해 지금을 포기하는 것도 100% 옳진 않지만, 지금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 만큼만 쓰고 모으고 투자해요, 우리. 경제적 자유를 유명 투자가와 유튜버들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믿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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