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곰 Feb 23. 2022

방학이 끝나간다

전업맘의 시간관리



아이 방학이 어느덧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길다고 생각했던 2달의 겨울 방학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방학에는 내 시간을 내기가 더 어렵다. 학기 중에는 아이가 학교에 가는 낮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나름의 루틴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방학이 되면 그나마 계획해서 쓰고 있는 시간 계획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방학 시작 전, 절대 흐트러지지 않고 꾸준히 내 시간을 확보해 보겠다고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다.


새벽 : 모닝 저널 쓰고 글쓰기 (OUTPUT)

   - 아침 먹고 -

오전 : 책 읽고, 신문 읽고, 블로그도 하고 (INPUT 위주) / 아이 혼자 노는 시간 & TV 시청 시간

   - 점심 먹고 -

오후 : 몰입 육아 시작 / 이 땐 다른 거 안 하고 아이와 놀기만 한다



하지만 계획이란 지켜지지 않는 것이 제 맛. 우선 일어나는 것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새벽 기상이란 모름지기 전날 밤에 일찍 자는 것부터 시작인데 늦게 자는 날이 이어졌다. 적어도 11시에는 자야 4시에 기상해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1시는 기본이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상관없이 일찍 일어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방학 때는 왜 나도 같이 늦잠을 자게 되는지.


아이와 함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오전 시간은 어영부영 밥 해 먹다가 끝나고, 오후에는 클라이밍이나 외출을 하는 등 다른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나의 시간도 함께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나의 원대한 방학 시간 계획은 어디로 간 건지. 욕심만 많아 글쓰기 모임, 독서 모임, 스스로 정해놓은 블로그 계획까지 벌려놓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 못하게 되니 마음이 심히 무거웠다.




어쩌다 가끔 일찍 일어난 날도 있긴 했다. 그런 날은 아이 깨기 전에 모닝 저널도 끄적거려 보고, 글도 2편쯤 써놓은 후, 하루 일정과 할 일까지 싹 정리를 해놓았다. 그럴 땐 뿌듯한 마음과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맞았다. 새벽에 일어나 계획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해야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인 것이다.




방학 기간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없어 할 일을 못 했다는 것은 나의 핑계였다. 아이가 집에 있음으로써 내 시간이 적어졌으니 내 행동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사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나인데도 말이다.(미안하다 내 어린 친구)

물론 학기 중처럼 100% 루틴을 잡아가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내려면 얼마든지 낼 수 있기도 하다. 방학이든 아니든 상황에 맞춰 내 시간과 할 일을 조금씩 조율하면 되는 거니까.


또 한 번 방황의 시간을 겪었지만 겨울의 시간이 끝나고 봄의 시간이 오고 있다. 아이의 새 학기가 나에게도 새로운 시간을 줄 것 같아 덩달아 설레인다.(코로나가 조금 많이 걱정되긴 한다.) 방학 때 못했던 일들을 왠지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미뤄뒀던 일들을 슬슬 시작해야겠다. 시작은 늘 좋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단둘이 하는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