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의 시간관리
곧 9월이다. 7~8월 아이 방학기간 동안 나도 방학이었다. 몸은 '아이 방학 = 엄마 개학'의 공식인데 마음만은 방학이랄까. 학기 중에 조금씩 했던 독서, 공부 등도 어느새 해이해진다. 더 자도 될 것 같고 tv 조금 더 봐도 될 것 같고 밤이 늦었지만 더 놀아도 될 것 같고. 그러던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글을 체계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콘텐츠는 없고 나름 3년 동안 자기 계발과 경제 공부했던 것을 쓰자니 진부한 글이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 뒤돌아보면 나는 실용서적을 읽을 때 보통 챕터 1을 차지하는 저자의 사연을 스킵하고 읽었다. 저자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렇게 성공했다는 아름다운 스토리인데 나는 왜 그게 지루하게 느껴지는지. 아마도 배가 아파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반면 에세이는 참 재밌게 읽는데 시간순의 결말이 있는 이야기보다 그때 그때의 일들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더 공감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지난 이야기를 쓴다면 에세이 형태로 풀어보고 싶었다.
어쨋든 콘텐츠 없다고 손 놓고 있자니 마냥 키보드 앞에 앉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 날 때 뭐라도, 일기라도 쓰자. 쓰다 보면 콘텐츠가 잡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이것저것 써 보긴 했지만 생각날 때마다 가끔씩 올리는 포스팅은 글이라기엔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마냥 흘러가고 얻어진 것은 없는 허탈함, 이른바 현타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이래선 안 되겠다. 이젠 마음먹고 진짜 제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는 여전히 없지만 글 쓰는 시간이라도 정해놔야겠다 싶었다. 김신회 작가님의 <심심과 열심> 에서 봤던 재택근무 규칙, 나도 할 테다.
< 나의 재택스러운 루틴 >
1. 화, 수, 금요일 9시~13시까지 일한다. (1일 4시간, 13시~14시에 점심을 먹는다.)
2. 9시까지 아이 등교, 간단 집정리를 마친다. (일할 때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만)
3. 월, 목요일 고정 일정 외에 다른 약속은 이 시간을 제외하고 정한다.
4. 매일 아침 외출하듯이 준비하고 책상에 앉는다.
5. 업무를 제외한 할 일(글쓰기와 관련 없는 독서, 인터넷, 유튜브, SNS, 청소, 빨래, 운동, 통화 등)은 업무 시간 외에 한다.
6. 저녁에 1시간 운동한다. (걷기 or 홈트)
7. 집중이 안돼도 일단 앉는다. (글쓰기 관련 책이라도 읽기.)
오. 이렇게 쓰고 보니 꽤 괜찮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막연하게 글을 써야지 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하는 느낌도 든다. 아무래도 낮에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니 누군가를 만나기 쉬웠고 일정이 없으면 조바심이 생겨 뭐든 배워야겠다고 강의를 신청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집중해서 글을 쓸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정하니 가벼운 의무감도 생긴다. 회사 다닐 땐 꽉 매여있는 시간이 그렇게 지겹더니. 이젠 그 시간이 조금은 그립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8할은 되는 것 같다. 8할의 시작을 했으니 남은 2할을 포기하지 않고 채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