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심었다.
레몬트리
레몬을 나눔 받았다.
마당발은커녕 텃밭발(?) 정도 되는 나한테 레몬 선물이 들어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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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발이 넓어졌겠는가? NO
레몬재배에 합류하라는 신호겠는가? YES
물론 열매욕심은 없다.
잘 익은 레몬을 잘라 씨앗을 꺼냈다. 모든 씨앗이 발아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육안으로 보기에 형체가 온전한 씨앗을 골라 물에 담가두고, 물에 가라앉는 씨앗들을 선별해 과산화수소수 희석수에 담가 주었다.
(비율은 과산화수소 1 : 물 9. 씨앗 소독을 위한 과정이다.)
하루 정도 지난 뒤, 씨앗의 겉껍질을 제거해 젖은 키친타월 위에 두었다. 흙에 바로 심어도 싹을 틔울 수 있지만 이 과정들을 다 거치면 원활한 발아를 도울 수 있다.
언젠가 받은 배달음식 반찬 용기가 6구의 모종틀이 되었다. 모종틀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꼭 맞는 분량의 흙을 담아주었다. 차분히 내 두 손으로 흙을 가다듬을 때면 꼭 어릴 적 소꿉놀이 때처럼 설레고 즐거웠다. 흙을 뭉쳐 만든 흙 주먹밥과 나뭇잎 반찬으로 놀이터 밥상을 차렸었지.
흙과 약속하듯 새끼손가락을 꾹 눌러 홈을 만들었다.
하나의 홈에 하나의 씨앗.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는 가을이었지만,
흙에는 봄을 심어두었다.
특이한 일도 있었다. 분명 같은 날 1구에 1 씨앗을 심었고 별다른 차이를 두지 않았는데도 한 군데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그 와중에 그의 이웃집에선 쌍둥이 새싹을 틔웠다.
(이게 이렇게 되네)
포기하려던 찰나, 마지막 후발주자까지 싹을 틔웠고 모두 건강히 잘 자라서 각자의 화분으로 옮겨졌다. (성공!)
찬 바람이 두 볼을 빨갛게 만드는 한겨울이네요. 밖은 꽤 춥지만 푸른 레몬트리를 보면 꼭 완연한 봄인 것 같습니다.
모종을 사서 키우는 것도 설레는 일이지만,
어느 계절이라도 좋으니
레몬씨앗을 흙에 한 번 심어 보세요.
지그시 바라볼 때마다
여러분의 계절도 싱그러운 봄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요.
인쁘삐(IN-FP).
1995년에 태어나 24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직업적성검사를 새로 했더니 개그맨이 나와서 결국 못 그만두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욕심이 항상 드릉드릉 가득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는 전형적인 INFP.
먹는 식물은 죄다 죽이고 못 먹는 식물은 세상 잘 키워내는 능력치 애매한 식집사.
직장생활 꽤나 힘들어하고 일도 잘 안 맞는데 나름 또 정년퇴직은 하고 싶어서,
숨을 얕게 쉬며 회사를 다니는 20대 직장인.
어느 날 문득,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마주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나를 이해해 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