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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쁘삐 Feb 17. 2023

12. 꽃으로 기억하는 나의 첫 계절

동백나무

겨울에 피어나는 꽃, 동백

산골마을에서 자란 엄마와 바닷마을에서 자란 아빠는 공통점보다 소소한 차이점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당신 생일에 대한 두 분의 태도는 극명하게 달랐다. 대가족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도 빠짐없이 크게 생일을 축하해 주는 가정에서 자란 엄마는 생일을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보내는 시부모님과 아빠를 보며 낯설어했다.


할머니는 남아선호사상이 주류이던 시절 아들만 셋을 낳으셨다(!) 하지만 웬걸. 할아버지 집안은 남자가 워낙 흔해서... 할머니의 시댁은 여자아이를 몹시 고대했고 결과적으로 할머니의 시집살이는 몹시 고됐다고 한다. 세 아들의 생일을 무던히 보내게 된 데에는 그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꽤나 묘한 기류의 집안.

그리고 장남인 아빠마저..ㅎ 첫 아이로 아들을 얻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드디어 우리 집안의 희귀 성별인 여자 아기가 태어나게 되는데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


*참고로 아빠 형제들의 경우는 어떠냐면..

네. 계속 사촌 남동생들만 생겼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순둥이였던 오빠와 세상 왈가닥이던 나


그러다 보니 나는 태어나자마자 집안의 슈퍼스타가 됐고,

슈퍼스타를 위한 탄생기념식수 행사까지 개최되었다.


가족들은 나와 생을 함께할 ‘내 나무’ 로

내가 태어난 계절, 겨울에 꽃이 피는 동백나무를 심었다.


본가에서. 대문 가까이 위치한 내 나무, 동백의 모습


지금도 매 겨울마다 우리 집 마당에 흐드러지게 피는 동백꽃은 여전히 표현이 서툰 우리 가족들을 대신해서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 때도 지금도, 그들에게 나의 존재는 곧 기쁨이고 위안이자 사랑이었음을.



겨울비와 동백나무가 만드는 집 앞의 꽃길.


인쁘삐(IN-FP).

1995년에 태어나 24살부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직업적성검사를 새로 했더니 개그맨이 나와서 결국 못 그만두고 다니는 사람.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욕심이 항상 드릉드릉 가득하지만, 사람 많은 곳은 싫어하는 전형적인 INFP.
먹는 식물은 죄다 죽이고 못 먹는 식물은 세상 잘 키워내는 능력치 애매한 식집사.
직장생활 꽤나 힘들어하고 일도 잘 안 맞는데 나름 또 정년퇴직은 하고 싶어서,
숨을 얕게 쉬며 회사를 다니는 20대 직장인.

어느 날 문득,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동안 마주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나를 이해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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