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러닝처럼 - 달리기의 역설

날 이끄는 건 다음이 아닌, 바로 지금

by 박이운

평소처럼 달리던 어느 날이었다.
모든 것이 일상의 루틴 그대로였지만,

그날은 유독 발이 무거웠다.

호흡은 거칠고,
케이던스는 흐트러졌으며,
뒷발을 앞으로 내딛으려 해도

지면이 발을 끌어당기는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억지로 끌어보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왜 이럴까 싶던 그때,

앞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앞쪽만을 향한 그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발에 집중해 보았다.

그리고 그 디딤발로 지면을 힘껏 밀어내 보았다.

그러자 끌어내려 애쓰던 발이
아무런 저항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왔다.

억지로 끌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을 확실히 밀어낼 수 있다면,
다음은 저절로 따라오는구나.


그제야 알았다.
러닝의 움직임이
삶의 움직임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우리는 자꾸만 ‘앞’을 보며 살아간다.

다음 단계,
다음 목표,
다음 나.

그러다 정작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 순간은
제대로 밀어내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만다.


나도 그랬다.

내가 닿고 싶었던 미래의 나.
퓨처 셀프.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했고,
간절히 끌어당기고 싶었다.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하듯,

펜듈럼을 피해 마음을 정리하고,
내 잠재의식의 주파수를 조율하며
내가 끌어당기고자 하는 미래가 기다리는 인생 트랙으로

갈아타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멈춰 있었다.

미래를 바라보는 눈은 뜨고 있었지만,
지금의 나를 딛는 발은 흐릿했다.


그랬던 내게
러닝은 조용한 깨달음을 전해주었다.

다음 발을 억지로 끌어오지 않아도 된다.
지금 지면을 딛고 선 이 발을,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밀어내면 된다.

그 한 걸음이
다음 한 걸음을 딛게 하고,

내일의 나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앞으로 가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다.
지금 이 한 걸음을 딛는 법을 배운다.


인생은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밀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금을 밀어내는 힘은
앞이 아닌,
지금 여기에 있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달린다.


Run To 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