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개인건, 하늘이 아닌 내 마음
새벽 3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3분가량 뒤척이다 시계를 확인한다.
수면 점수 71
체력 32% (수면 중 32%밖에 회복이 안 되었다는 의미)
스트레스 지수 60~65 (자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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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모든 수치가 오늘은 휴식을 취해야 하는 날임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난 달려야 했다.
최근 내 마음속에 계속해서 쌓여가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비워내야 했다.
그래야 한다고 느꼈다.
힘들게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창밖을 확인한다.
비가 꽤 세차게 내린다.
또 한 번 마음속 갈등이 시작된다.
달리자는 쪽이 우세로 보이긴 했지만,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스트레칭 매트에 몸을 뉘어 이곳저곳을 풀어준다.
천사와 악마의 싸움이 아니다.
천사와 천사의 싸움이다.
달리거나 쉬거나.
둘 모두 나에게 도움이 된다.
쉬면 몸이 회복한다.
달리면 마음이 회복한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러닝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쉬자는 쪽이 소리친다.
"뭐야! 아직 결론 안 났는데! 그렇게 선수 치는 게 어디 있어!"
달리자는 쪽이 맞대응한다.
"들어는 봤나? '답정너'."
아마도 난,
마음을 먼저 비우고, 달래고, 다시 채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 잠재의식은 그렇게,
날 우중런으로 인도했다.
우중런은 시작이 어렵다.
비를 맞는 것도,
젖은 길 위를 달리는 것도,
옷과 신발이 젖어 몸이 무거워지는 것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방심하면 나타나는 신발이 잠길 듯한 깊이의 물웅덩이는
세상 그 어떤 빌런 보다도 강력하다.
정말 피하고 싶은 놈이다.
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을 넘고 나면,
그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다.
마음이 깨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몸도 마음을 따라 일어난다.
오늘도 그랬다.
맘 속 갈등을 이겨내고 문을 나서자,
비는 의외로 따뜻했고,
공기는 상쾌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길 위에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달리는 내내 물웅덩이를 피해 경쾌하게 호핑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가로등 불빛이 없는 곳에서
첨벙— 하고 신발이 반쯤 잠기기도 했다.
그 하나하나가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동작 같지만,
놀랍도록 그 순간에 몰입하게 해 줬다.
빗속을 달리는 시간은 잡념이 끼어들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직 길,
빗소리,
내 발,
내 호흡,
그리고 고요한 나 자신만 존재한다.
나만의 페이스로 달리고,
나만의 생각으로 채우며
비가 오는 거리의 고요함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우중런의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
흠뻑 젖었지만 마음은 맑디 맑았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며 더 이상 비를 맞지 않아도 됐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우중런 좋아하네.
오늘도 난,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달렸다.
Run To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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