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완벽했던 러닝

기록보다 감각에 몸을 맡기다.

by 박이운

며칠째 수면 점수가 바닥을 쳤다.
HRV(심박수 변동성)도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몸이 축 처지면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계속 이어졌다.
최근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있던 터라

이번엔 제대로 쉬기로 했다.


어젯밤,

스레드 친구의 추천으로 '요가 니드라' 영상을 틀어놓고 잠을 청했다.

신기하게도 수면의 질이 높아진 느낌이었다.
의식은 꽤 또렷하게 남아있는데,

어느 순간 안개처럼 스르륵 깔려오듯 찾아온 잠.
그 낯선 안정감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 3시 30분.
알람 소리에 놀라 듯 눈을 떴다.

오늘은 굳이 스마트 워치의 수면 점수나 다른 수치들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몸이 먼저 말했다.

“잘 잤다”
그리고 덧붙였다.
"오늘은 달릴 준비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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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창밖은 온통 비였다.
꽤 세차게 내린다.

러닝을 망설이게 만드는 정도로.
평소 같으면 망설이다 뛰지 않기로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회복된 이 몸과 마음의 흐름을
‘비’라는 이유 하나로 막아서기 싫었다.


스트레칭을 마치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장을 갖춰 입고 밖을 나섰다.

대신,

현관문을 열며 스스로 다짐했다.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고,
편안한 페이스와 심박수를 유지하겠다고.


케이던스를 맞추기 위해 180 bpm 음악을 들으며 달렸지만,
시계는 전혀 보지 않았다.
속도나 수치를 억지로 끌어올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조금 더 섬세하게 느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 달리는 내내 편안함이 느껴졌다.


비를 맞으며 달렸음에도
몸은 전혀 무겁지 않았다.
비가 계속 나를 때려도,

눈으로, 코로 빗물이 스며들어도

마음만은 평온했다.


러닝을 마치고 확인한 수치는

내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수치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았음에도,
5.21km 러닝 구간을 모두 800 페이스를 유지했고,
편안한 심박수(140 bpm)도 지켜냈다.

내 느낌보다 조금은 느린 페이스였지만 상관없었다.


오늘의 달리기는

“기록을 위한 러닝”이 아니라
“감각을 위한 러닝”이었다.
무리하지 않고도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한 몸이 이렇게 선명하게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날.


달리기는 결국,
내 안의 리듬을 존중하며
걸음 하나,

숨결 하나에 집중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오늘 난,
세찬 빗줄기 속에서
속도보다,

거리보다,
내 몸이 보내는 감각과 마음의 평온을

끝까지 안고 달렸다.


오늘의 달리기는 '기록'이 아닌 '감각'으로,

내 안에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오늘도,

진짜 나를 향해,

Run To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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