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달리기도 삶도
새벽 3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에 눈이 떠졌다.
하지만 좀체 일어나지 못했다.
10분 뒤, 핸드폰으로 날씨를 확인하고는 뛰어보자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러 침실을 나섰다.
물병이 있는 식탁으로 향하는데 왼쪽 종아리와 오른쪽 무릎에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쉬어야 하나...?'
아주 잠시 휴식을 고려했지만,
휴식 대신 20분간 스트레칭과 폼롤러를 통해 평소보다 더 많이 몸을 풀어주고는
복장을 갖춰 입고 집을 나섰다.
달리면서도 조금씩 불편한 감이 느껴졌지만,
여느 때처럼 달리다 보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결국, 일이 났다.
3.5k 지점에서 왼쪽 종아리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지속되어 멈춰 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달리기를 멈추고 걷기 시작하자 오른쪽 무릎 아래쪽과 무릎 뒤쪽에도 통증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짜증이 났다.
화가 났다.
매일 10k씩 달리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난 왜...
고작 5k를 3일째 달리고 있던 중인데 난 왜...
집까지 걸어오면서 절뚝이는 내 다리를 보고 있노라니
내 감정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무릎과 종아리에 아이싱을 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이 지속되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뿌듯함과 개운함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나였는데,
오늘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샤워를 마치고 나와 책상 앞에 앉자
아내로부터 영상전화가 왔다.
"오빠, 어떡해..."
"왜 그래 여보? 무슨 일이야?"
"서원이가 소파에서 바닥으로 머리부터 떨어졌어..."
"그래? 지금 어떤데? 별다른 증상 있어?"
"빼액 하고 울다가 지금은 좀 진정됐는데... 머리 잘못됐으면 어떡하지...?"
"진정됐으면 별 이상 없는 거 아닐까?"
"응... 친한 언니 애기도 침대에서 머리로 떨어졌는데, 알아보니까 축 늘어짐이나 구토증상 없으면 괜찮은 거라고 하더래..."
"응, 그럼 걱정하지 마 여보. 괜찮을 거야."
"천재로 태어났는데, 오늘 머리 다쳐서 평범한 아이가 될 거 같아..."
"어? 어... 천재였나... 아하하하하."
통화를 하다가 마음이 진정된 아내의 농담에 난 크게 웃고 말았다.
마음이 어느새 맑아졌다.
다리 부상, 아이의 추락.
마음이 결코 가벼울 수는 없는 노릇임에도 가벼워졌다.
전화를 끊고 빈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이의 성장, 달리기, 그리고 인생.
이 세 가지는 놀랍도록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꾸라지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방법을 익히는 것 같다.
사람의 성장 그래프는 일직선도, 곡선도 아닌 계단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계단식 그래프로도 정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갑자기 깊이 파인 구간을 만나기도 하니까.
그리고 잠시 멈춰야 해서 그래프가 끊어지기도 하니까.
아이는 넘어지고 떨어지고 다치면서 자란다.
달리기는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면서 좋아진다.
삶도 그렇다.
넘어지지 않을 수도, 떨어지거나 다치지 않을 수도,
숨이 차지 않거나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오래도록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 내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
나아가자.
때로는 쓰러지고,
때로는 멈춰야 할지라도.
나는 계속 달릴 것이다.
고꾸라지는 날에도,
그 고꾸라짐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어줄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진짜 나를 향해,
Run To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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