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월드컵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16강 브라질전을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세계 축구 강국들이 펼치는 재미난 경기들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 와중에 바로 오늘(2022. 12. 11) 새벽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디펜딩 챔피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의 경기가 펼쳐졌는데, 잉글랜드의 주장이자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동료로 활약하는 해리 케인이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고, 우리 모두가 같이 공유하고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여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그는 1:2로 프랑스에 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페널티 킥 키커로 나섰는데, 그가 찬 공은 골대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붕 떠 날아가 버렸고, 그렇게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두 번째 우승 도전은 막을 내렸다. 경기 직후 해리 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꽤나 담담한 모습과 어조로 아쉬움을 전했고, 바로 이 인터뷰에서 우리와 그들의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현실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여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의 팀을 위해, 국가를 위해, 응원해 주는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그들의 의지와 투혼, 희생정신으로 그 어려운 경우의 수를 뚫고 16강에 진출했다. 16강 브라질과의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컨디션은 이전 경기들과 확실히 달라 보였다. 지쳐 보였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결국 세계 최강 브라질에게 1:4 큰 점수 차로 패했고, 그렇게 우리의 월드컵은 끝이 났다.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운 국가대표팀 선수들이었기에, 이미 16강에 진출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해 줬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고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만 싶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브라질과의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한 목소리로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순간 드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왜? 그들이 왜 우리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지? 이미 넘칠 만큼 잘해줬는데, 왜 자꾸 국가와 국민들 앞에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1무 2패의 성적으로 월드컵을 끝내고 돌아오는 귀국 현장에 현수막까지 제작하여 나타나 선수들에게 엿을 던진 사람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잡는 엄청난 감동을 선사한 그들에게 앞선 두 경기에서의 패배와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비난하는 의미로 귀국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날계란을 던진 사람들을 기억하는가? 물론 일부 극성팬과 집단의 잘못된 행위이고, 그렇게 치부해버리면 그만이다. 나는 아니고, 너도 아니고, 다수가 아니니까. 하지만 엿을 던지고 날계란을 던진 사람들만 비난해야 할까? 이번 월드컵만 봐도 그렇다. 안와골절로 경기를 뛰면 안 된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채 몸이 부서져라 뛴 대표팀 주장 손흥민 선수가 1, 2차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는 등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또 오히려 평소보다 폼이 떨어진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온갖 악플을 도배하고 '손흥민 OUT'을 외친 악플러들, 2차전에 나와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창훈 선수의 여자 친구에게 가해진 도 넘은 악플과 비난. 역시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대다수의 축구팬들도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미성숙한 팬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런 미성숙한 팬심과 선수들이 겪어온 비난을 받은 그 과정들이 그들로 하여금 엄청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죄송하다는 대국민 사과를 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오늘 있었던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8강전에서 잉글랜드가 패배한 후, 그것도 해리 케인이라는 잉글랜드의 주장이자 세계적인 공격수가 페널티 킥을 실축한 후 그는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했던가? 그는 덤덤했다. 패배에 대한 책임을 느꼈고, 실축에 대한 아쉬움, 8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응원해 준 팬들에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나라다. 목표가 우승이다. 16강을 목표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고 논쟁하는 우리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8강에서의 탈락은 우승이 목표인 나라에 정말 불만족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페널티 킥을 허공에 날려버린 그다. 그럼에도 그는 아쉽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카메라 앞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대역 죄인이 된 양 죄송하다는 말만 계속하지 않았을까? 16강을 간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우리나라 축구인데, 16강에 올라가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 졌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게 만든 우리의 잘못된 팬심, 애국심, 비난을 위한 비난 등에 매우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언론에서는 항상 떠든다. 4년마다 찾아오는 세계인의 축제라고 말이다. 축제는 참가해서 즐기는 것이 아니던가?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참가하여 그 무대에서 우리에게 큰 감동과 위안을 선사해 준 것만으로 부족한 것일까? 나의 이런 불편한 감정이 16강전이 끝난 다음 날 대다수의 네티즌들로부터 나온 반응들로 인해 조금은 누그러들고 위안이 되었다. '죄송 금지, 미안 압수'라는 그들의 말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고, 선수들에게 그들을 응원하는 우리의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정말 죄송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더 이상 인터뷰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부터 바뀌어야 한다. 어디 가서 한국 교육 수준 높다고 말을 못 하겠다. 선수들은 대한민국을 드높였고, 우리는 그들이 어렵게 높여놓은 그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정신 차리자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