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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츠비 Apr 22. 2023

[기러기의 일기 8]

반짝, 빛을 내


살아오는 내내 과거에 발이 묶인 채 나아가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고, 또 마흔이 된 지금 시점에도 여전히 몇몇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은 내 선택의 결과물들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을 겪는 한 트랙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나타나는 장애물들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데 장애물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그 장애물을 넘고 나아가야 하는 내가 과거에 발이 묶이면 장애물을 넘는 시도조차도 할 수가 없다. 멀게는 내가 지금의 기러기 생활을 하도록 만든 과거 내 선택과 결정들이 있고, 가깝게는 인공 수정 1회, 시험관 시술 3회 시도만에 찾아와 준 소중한 아이의 유산이 있다. 지금 내가 기러기 생활을 하는 내 선택과 결정을 후회한다기보다는 내가 선택했으니 싫어도 어떡하겠어하는 생각이었고, 아이의 유산은 그 자체로 나를 계속 슬픔에 머물러 있게 만들만한 큰 사건이었다.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아가지 못하고 나 스스로를 갉아먹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게 만드는 생각들. 하지만 지금은 작게나마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다. 많은 콘텐츠들로부터 도움과 영감을 받지만, 가수 윤하의 역주행곡 '사건의 지평선'이 수록된 앨범 'END THEORY'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가 나로 하여금 -자의적인 해석을 통한 것이기는 하지만- 과거를 과거로 둔 채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주었다.


앞으로 내게 영감을 준 가수 윤하의 노래를 통해 내가 느낀 점들을 써나갈 생각이며, 오늘은 '반짝, 빛을 내'라는 노래로 정했다.




헬렌 켈러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자신 앞의 닫힌 문만 바라보느라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자신의 등 뒤에 열리는 것을 보지 못한다고. 내가 그래왔다. 계속 닫힌 문만 바라보고 사느라 내 뒤에 새로운 문이 열린지도, 또 문 밖으로 나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내가 선택한 인생이잖아. 그러니 받아들여야지.'라고 생각하기 일쑤였고, 슬픈 일을 겪고 나서도 그 슬픔에 갇힌 채 벗어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때 윤하의 이 노래가 내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켰다. 


오랜만이야

푸르르게 밝아 오는 아침의 소리

그래 딱 오늘이 좋겠어 난


꾸깃꾸깃한 이불 겹겹이

차곡차곡 쌓여 있던 이 눅눅함

이제는 보내줄까 해

그래도 될까?




그랬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었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 나라는 브랜드,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하는 것 등 앞을 보며, 장애물을 넘으며 내 인생의 트랙을 가로질러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모든 원동력이. 나를 나아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모든 일들이 지금의 내 삶으로 나를 이끌었듯이, 나는 그 일들을 통해 분명 배운 것이 있고 깨달은 것이 있으며, 그것들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어서 나아갈 힘을 얻으면 되는 것이었다. 과거의 내 선택, 불행, 슬픈 일들 모두 잊거나 떨쳐버리거나 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모두 가치가 있는 일들이었고, 나를 성장시키는 일들이었음을 알게 되자 그것들을 어떻게 태워서 동력으로 삼아야 할지 알게 되었다.


벅찬 맘에 웃고

때론 지쳐 눈물짓던 날의

소중했던 모든 건

사라지지 않는 걸

내 안에 있어




내 뒤에 열린 새로운 인생과 행복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서면 모든 것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처음 겪는 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나아지게 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게 되면 그때부터는 가속도가 붙는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변화시키고자 하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트랙으로 옮겨가려는 시도를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래왔다. 조금 해보다가 막히게 되면 '나는 안되나 보다. 되는 사람은 따로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쉽게 포기해 왔다. 그러다 많은 동기부여 책들을 보다 보니 성공한 사람들 모두가 실패를 겪고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시점에 포기를 하느냐 아니면 실패의 원인을 찾고 성공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찾느냐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었던 것이다. 


닫힌 문을 열고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속에

걸음걸음 디디며

칠흑 같은 순간




간절하게 바라면 온 우주가 그 바람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이 말을 정말 오래도록 기억한다. 간절함. 절실함. 모두가 이 단어들의 의미를 안다. 그런데 기억하거나 아는 것과 정말 그렇게 믿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말 간절하게 바라고 기도하다가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더 이상 바라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마음으로 '아 이랬으면 좋겠다.'라든가,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만, 정말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생각과 다른 내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고, 불평불만들만 쏟아내며 살았다. 과연 이 정도의 바람과 삶의 태도가 나를 내가 원하는 인생의 트랙으로 데려가 줄 수 있을까? 1%의 가능성도 없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고 하는 것은 1년 365일 24시간 1분 1초 내내 바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간절함을 토대로 내가 바라는 인생을 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장 그대로 마음으로 바라기만 하면 이루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간절히 바란다는 말은 정말 간절하기 때문에 내 인생을 변화시킬 어떠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고 내 전부를 쏟아부으며 노력한다는 말과 그 뜻을 같이한다. 누구보다 간절하다면 살아오면서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 모든 것들을 이용해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생각이 들고부터는 시간의 빠른 흐름이 너무 야속하고,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으며, 그간 허송세월을 보내며 살아온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손에 쥐고 싶어

누구보다 간절했던 내게

전부였던 모든 건

사라지지 않아

내 안에 있어




그렇다. 이제 내가 원하는 것, 살고 싶은 인생을 분명히 안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간절히 바라는 것인지도 명확하게 안다. 그럼 이제 무엇이 남았을까? 과거를 과거로 넘긴다. 과거에 겪었던 일들에 발이 묶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작별인사를 건네고 태우고 녹여내서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윤하의 가사처럼 '나도 모른 순간 반짝, 빛을 내'는 날이 찾아온다. 분명 그렇게 된다. 나는 믿고 있고,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내가 원하는 인생, 바라는 인생의 트랙으로 옮겨져서 그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간다. 반드시.


어깨 뒤로 보낸 (뒤로 보낸 어제와)

어제들에 작별 인살 건네 (걸음걸음이)

걸음걸음 디디며


나도 모른 순간

반짝, 빛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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