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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츠비 May 04. 2023

[기러기의 일기 10]

아내의 온도

3개월 만에 만난 아내. 가끔 농담 삼아 사이버 러버 아니냐고 했던 우리. 그래서일까? 공항으로 마중 나온 아내 옆 조수석에 앉아 송도의 한 식당으로 향하던 난 5분 남짓 어색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한시도 아내의 손을 놓지 못하고 그렇게 5일을 한 몸처럼 붙어있었다. 아내와 함께하는 5일 동안 잠시 일을 잊고 (사실 연휴 중에도 계속 일을 했다. 중국 공장은 연휴 없이 돌아가니까..) 아내와의 1분 1초에 집중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다시 이별의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약속이나 예약이나 정해진 시간이 있으면 늦기 싫어서 그 시간에 맞추고자 남들보다 더 일찍 여유롭게 준비하고 도착하는 것에 강박이 있는 난 매번 비행기 탑승 시간에 집중하느라 아내와 이별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지 못했었고, 그렇게 이별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을 하지 못한 채 정신없이 이별을 한 뒤 혼자가 되고 생각할 여유가 생기면 그제야 타이밍 늦게 몰려오는 그리움, 아쉬움에 후회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티켓을 발급받고 짐을 부치고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아내와의 마지막 한 시간을 1분 1초 소중하게 보냈고, 더 같이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출국 심사장으로 이동했을 때는 심사장 진입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이 오히려 반가웠다. 아내와 난 꼭 붙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줄을 서서 이별을 준비했다. 이윽고 승객 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 시작되었을 땐 아쉬운 맘을 애써 억누르며 아내에게 작별을 고했다. 주차비 많이 나오니 얼른 가보라고 연신 손짓했다. 뒤를 돌아봤을 때 아내가 계속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기를 바랐던 내 마음과 아내의 마음이 같아서였을까. 아내는 내가 돌아볼 때마다 그 자리에 서서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여권 확인이 끝나고 심사장으로 들어서서 팔을 크게 휘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내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화답해 주었다.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모든 출국 심사가 완료된 후 게이트에 도착하자마자 탑승을 해야 했을 정도로 여유가 없는 출국길이었지만, 조금만 더 같이 있을걸 하는, 아내의 온도를 조금만 더 느끼다 올 걸 하는 후회 가득한 마음이 몰려왔다.


아내는 따뜻하다. 중국에 혼자 지내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온기가 있다. 아내의 온도, 체취가 그립다. 앞으로 최소 5개월은 다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다시 함께할 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하고 마주 잡은 손을 힘겹게 놓고 돌아온 만큼 매일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가 함께하는 날들의 행복한 한 장면 한 장면을 그리며, 그 행복한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느끼며 그렇게 살아간다. 내가 향하는 곳엔 내가 바라는 모든 것들이 놓여있고, 지름길은 없지만 갈래길도 없으므로 계속 나아가면 도착할 것이다.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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