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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가 나를 울려

by 박이운

아내와 9개월된 아이가 내가 있는 중국을 한 달간 방문했다가 돌아간 뒤 별 시덥잖은 것들이 자꾸만 내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뻥튀기였다. 이 뻥튀기(혹은 쌀튀밥)는 만 1세 미만 아이의 촉감과 소근육 발달에 좋다고 해서 아내가 특별히 챙겨온 것인데, 처음엔 엄지와 검지로 한 톨 한 톨 집어 들지 못했던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엔 너무나도 잘 집어먹는 것을 보고는 아이들은 정말 습득력이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뻥튀기는 아이의 손가락 소근육을 발달시키는 것 외에 우리 부부에게도 참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아내와 나의 식사 시간에 아이를 보행기에 태우거나 의자에 앉혀 고정시켜 놓고 식사를 하곤 했는데, 특히 저녁 식사 시간이 아이가 졸려하는 시간이라 아이의 잠투정이 꽤 있는 편이었다. 그때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이 뻥튀기를 주고 집중하게 만들었고, 이는 꽤나 효과적으로 우리 부부의 식사를 도와주었다.


그런데 이 뻥튀기도 단점이 있었다. 아이가 뻥튀기를 집어 먹으면서 자연스레 손이 침범벅이 되는데 그때부터는 아이가 한 톨을 집으려고 해도 여러 개가 침에 붙어 동시에 입으로 올라가게 되고, 또 입 주변도 침 범벅인 것은 마찬가지인지라 결국 얼굴에도 뻥튀기가 덕지덕지 붙게 된다. 하지만 손과 얼굴에 붙어 있는 것은 떼서 다시 먹여주면 되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더 큰 단점은 바닥에 뻥튀기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는 천천히 하나씩 먹고 있고, 입과 손에 붙은 것은 나 또는 아내가 발견할 때마다 떼서 다시 아이에게 주는데, 정말 희한하게도 다 먹고나면 여기저기 많이 떨어져있다. 한 번은 청소기를 돌리다가 바닥에 떨어진 뻥튀기를 발견했는데 청소기로 빨아들이지 않고 손으로 주워먹으려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어진 아내의 말에 둘 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내는 내가 회사에 출근한 사이 청소기를 돌리다가 뻥튀기를 발견했는데, 자신도 무의식 중에 손으로 집어먹으려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단다. 역시 부부는 서로 닮아가나? 날 만나서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먹게 된 것 같다.


아내와 아이가 돌아간 후 맞이한 주말, 텅 빈 집처럼 마음도 휑하기만 해서 가만히 있으면 계속 우울할 것만 같아 청소며 빨래며 일부러 집안일을 찾아서 또 만들어서 하기 시작했는데, 청소를 하다가 식탁 밑에 떨어진 뻥튀기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울지 않으려 했건만... 이놈의 뻥튀기가 뭐길래 나를 울리나 싶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아내 그리고 아이와 함께한 추억이 이 한 톨의 뻥튀기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내와 아이를 한 번 더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를 시작하려 한 순간 눈물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피식하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무의식 중에 뻥튀기를 또 입에 집어넣어 버린 것이다. 나도 참...


뻥튀기가 날 울린 후 일주일이 지난 오늘, 청소를 하다가 또 뻥튀기를 발견했다.(이번엔 주방이다.) 다행히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난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집어 쓰레기통에 버렸다.(먹지 않았다. 정말이다.) 추억의 간식 뻥튀기. 반겨줄테니 또 나타나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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