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닉 러닝 30일 챌린지 10일차
오늘은 마라닉 러닝 30일 챌린지 10일차, 휴식일이다.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 탓인지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먹고 잤더니만 정말 푹 자 버렸다. 휴식일이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챌린지를 초기화시킬 뻔했다. 5시 반에 어렵게 몸을 일으켜 말을 잘 듣지 않는 몸을 이끌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이런저런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 생각들은 샤워를 할 때도, 출근을 할 때도 계속됐다. 난 쉬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메모장에 적었고, 그중 일부를 여기 남겨보려 한다.
영화 '더 이퀄라이저'(1편)엔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 로버트가 평소 저녁 식사를 하며 책을 읽는 다이닝 카페에서 알리나와 만나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다. 러시아 태생 알리나는 가수의 꿈을 품고 있지만, 꿈과는 거리가 먼 매춘부의 삶을 살고 있다. 로버트는 그런 알리나에게 '넌 네가 되고 싶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어.'라고 말하며 꿈에 힘을 실어주지만, 알리나는 '그건 아저씨 세상에서만 가능한 일이에요. 내 세상은 달라요. 알잖아요.'라고 답하며 꿈은 꿈일 뿐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선을 긋는다. 그런 알리나에게 로버트가 한 마디 한다.
'그럼 네 세상을 바꿔.'
(Then change your world.)
이 장면을 몇 십 번이나 돌려 볼 정도로 매우 인상이 깊었다. 댄젤 아저씨가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탓은 그만하고 일어나서 나아가라고, 도전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믿고 해 나가는 것만이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이다.
내 인생에서,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내가 내 마음대로 바꾸고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바로 나 자신이다. 세상이 마음에 안 든다고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내 옆에 친구나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사람도 어려운데 세상은 오죽할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나를 바꾸는 것이다. 내 생각, 내 태도를 바꾸면 삶이 달라짐과 동시에 세상도 달라진다. 세상은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나를 대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바로 첫날 몸소 느꼈다. 내가 웃자 상대방이, 세상이 날 보며 웃었고, 내가 밝고 활기차지자 주변도 그리 변했으며, 내가 달리기 시작하자 내 꿈도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외수 작가의 저서 <감성사전>에 시간에 대한 작가 자신의 풀이가 담겨있다.
시간 : 탄생과 소멸의 강이다. 모든 생명체는 그 강에서 태어나고 그 강에서 죽는다. 그러나 흐르지는 않는다. 흐르는 것은 시간의 강이 아니라 그 강에 빠져 있는 물질들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생각은 또 다른 그의 저서 <아불류, 시불류>의 제목에도 나타난다. 나는 흐르지 않는다,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내 안에 쌓인다.(박경덕 작가님의 말씀을 인용하였습니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보다는 겹겹이 쌓인 토양층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굳이 물에 비유하자면 가수 윤하의 노래 '물의 여행'에 나오는 작은 물방울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거대한 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물방울이 조금씩 전진하며 냇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모양새가 마치 사람이 나이가 들며 서서히 생각도 마음도 바다처럼 넓어지는 것과 닮아있는 듯하다.
러닝 챌린지를 시작한 지 이제 막 열흘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물론 좋은 쪽으로. 열흘 동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들이 내 안에 쌓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쌓게 될지, 그것들을 쌓아가다 보면 얼마나 변해있을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나를 러닝으로 이끈 '마라닉 페이스'의 저자 이재진 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내용과 책에서 소개하신 노자의 말씀을 옮겨 적으며 글을 마치려 한다.
'이제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는 결심들이 10년 후의 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또한 아무것도 결심하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걸.'
- 마라닉 페이스 (저자 이재진) -
' 한 아름의 나무도 티끌만 한 싹에서 생기고, 9층의 높은 탑도 흙을 쌓아서 올렸고, 천 리 길도 발밑에서 시작된다.'
- 노자 -